경영학에서 3류 마케팅 기법으로 치부하는 것중에 「미 투 프로덕트(Me Too Product)」란 것이 있다. 우리 말로는 「나도 한몫 볼래 상품」 정도. 선도적인 제품이 판로를 크게 열면 경쟁사에서 이름이나 외양을 살짝 바꿔 열기에 편승하려는 상혼을 뜻한다.
전통적인 문화산업으로 어느 분야보다 고급의 창의력을 보여야 할 출판계에서 최근 이같이 저급 상혼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가 최근 나온 대만 대중작가 경요의 「슬픈 인연」(개미). 이 책 표지를 본 사람들은 신경숙씨의 「깊은 슬픔」으로 착각한다. 출판사가 디자인업체에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 결과다. 번역 제목도 모방했다.
제목을 커닝하는 경우는 너무 많아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떠오르자 「우리 문화유산 답사」 「한국인의 문화유산 탐방기」 「나의 양반문화 탐방기」 등 10여종이 쏟아졌다. 최근 「남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펴낸 개그맨 전유성은 제목을 베껴 죄송하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박영규씨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성공하자 「한권으로 읽는…」 「한권으로 정리한…」 「한권으로 보는…」 「한눈으로 보는…」이란 책들이 사태를 이뤘다.
「람세스」를 쓴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경우 「미 투 프로덕트」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막대한 인세를 국외로 지출하는 난맥상까지 보이고 있다. 「예문」이 자크의 「나일강의 예언」을 서둘러 펴냈으며 「한길사」 「열린책들」도 계약을 마쳤다. 한 일본 작가의 작품 「람세스 대왕」이 나오기도 했다.
모방출판에는 인문주의가 사라지고 황금알을 향한 골드러시만 보일 뿐이다. 탄생 6백주년을 맞는 세종대왕이 이같은 출판계 일부의 모습들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