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자리를 뜨는 분에게는 「국물」도 없어요. 마지막에 추첨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지난 6월초 신명씨(28·여·하얏트호텔 홍보팀)의 아파트에서 벌어진 집들이 모임. 친구와 직장동료 등 20여명이 모인 오붓한 자리였다.
신씨의 부탁으로 손님들은 세제나 성냥같은 집들이 단골선물 대신 영화표 초콜릿 양주 구두표 호텔뷔페이용권 등을 들고왔으며 이를 경품과 상품으로 내걸고 함께 즐겼다. 꽃 한다발을 들고 왔던 함모씨(27)는 게임에서 승리해 탄 상품과 당첨된 경품을 잔뜩 들고 귀가했다.
백화점 호텔 가전제품회사들이 판매촉진책으로 써왔던 경품이나 상품이 이제는 일반인의 생활에 깊이 파고 들었다.
동문모임 종친회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은 으레 경품추첨이나 간단한 게임의 승자에게 주는 상품수여로 「피날레」가 장식되고 심지어 결혼식피로연 회갑연 집들이 등에도 경품과 상품이 등장한다.
일부 음악회와 연극, 패션쇼에서도 관객을 유인하고 「끝까지」 잡아두기 위해 공연이 끝난 뒤 입장권을 추첨해 휴대전화기나 무선호출기를 제공한다. 어떤 주유소는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1년에 한번씩 7박8일 유럽여행권을 추첨으로 나눠준다.
신촌과 강남의 몇몇 록카페에서는 주말마다 경품추첨을 통해 비싼 양주를 공짜로 준다. 백화점이나 호텔 등이 제공하는 경품은 더욱 고액화돼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행운의 경품 대축제」를 벌이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3천4백여만원짜리 3천㏄급 고급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놨다.
회사원 이정호씨(32)는 지난 4월 대학총동문회에 참석했다가 경품추첨에서 제주도왕복항공권 및 호텔 3박4일 이용권에 당첨됐다.
요즘 그는 어떤 모임이건 끝까지 남아 있는 버릇이 생겼다. 『모임에서 빈손으로 돌아오게 되면 왠지 허전하다』는 것.
서울힐튼호텔의 나이트클럽 파라오의 김천홍지배인은 『한달 동안의 이벤트행사와 경품을 미리 안내해주는 책자는 비치하자마자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가끔 나이트클럽에서 다이아몬드목걸이나 하와이여행권이 상품으로 걸리는 키스 콘테스트, 댄스 콘테스트, 각종 게임이 열리면 젊은이들이 앞다퉈 참가한다.
서울인지치료상담센터 민병배소장(심리학자)은 이같은 현상을 「복권심리」의 일환으로 설명한다. 민씨는 『상당수 소비자들이 사람을 끌어모으고 잡아두고자하는 업체의 판촉전술에 길들여진데다 수입이 소비욕구를 따르지 못해 「이루지못할 꿈」을 행운이나 요행으로 해결하려는 기대심리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고 풀이한다.
〈박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