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둔치의 수영장들이 선탠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의 타워 쉐라톤워커힐 등 호텔이나 서울교육문화원의 야외수영장에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주로 찾아와 선탠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선 부근에 사는 주부를 비롯,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들이 평일에도 나들이하듯 들러 선탠을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시민들이 햇볕이 나면 공원 잔디밭이나 강가에 몰려들어 반라(半裸)로 선탠을 하듯이 서울시민들이 한강변에서 새로운 선탠 풍속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승용차를 타고 한강 남쪽의 올림픽대로를 따라 서에서 동으로 가다 보면 여의도 잠원 잠실 광나루수영장이 나오고 「파라솔 숲」 사이로 늘씬한 미녀들이 선탠을 하는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다. 한강 북쪽의 망원 이촌 뚝섬수영장을 합치면 한강변엔 7개의 야외수영장이 있다.
22일 오후2시경 한강 둔치 잠실수영장. 북쪽으로는 수영장을 둘러싼 나무들 사이로 한강이, 남쪽으론 올림픽대로의 가로수 사이로 지나가는 승용차들이 빤히 보인다.
수영장에선 6백여명의 남녀가 선탠용 의자와 풀(pool) 주위의 바닥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모델 수준 몸매의 20대 여성들은 혼자서 선탠용 의자에서 몸을 태운다. 같은 연령대의 다른 여성들은 성인용 풀 부근의 파라솔 아래에서 친구나 연인의 등에 오일을 발라주거나 선탠을 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 남성들과 주부들이 끼어 일광욕을 한다. 일부 주부들이 어린이 풀 주변에서 선탠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수영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두 개의 성인용풀이 텅 비어있어 방학을 맞은 아이들로 북적이는 어린이 풀과 대조적이다.
이곳 관리소장 서명원씨(35)는 『선탠만 하러 오는 이가 하루 입장객 3천여명 중 1천명이 넘는다』고 말한다.
「선탠족」은 3, 4년전부터 이촌 잠원지구 수영장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엔 한강 시민공원의 다른 수영장에도 몰려들고 있다. 여의도와 잠실수영장 등에서는 올해 선탠 장소를 따로 만들었다. 선탠족들은 주말보다는 평일 오전11시∼오후3시경에 많다.
최근엔 주부 선탠족이 늘었다. 지난 해부터는 20대 후반의 주부들이 합류했고 올해는 30대 중반까지 연령층이 올라갔다. 각 수영장 선탠족의 20%정도가 주부들이다. 잠실지구 수영장에서 만난 주부 박모씨(31)는 『아파트의 이웃 주부들과 함께 헬스클럽에 다니다 이달초 그만 두고 이곳에 와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귀가할 때 아이들과 합류하는 것을 볼 때까지는 주부인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몸매가 늘씬하다.
궂은 날에도 선탠을 하러 오는 이들도 많다. 잠원 이촌 잠실수영장 등에는 거의 매일 들르는 이가 각각 1백명이 넘는다.
이촌수영장 관리소장 김동수씨(39)는 『한강 둔치의 수영장들은 주위의 아파트에서 걸어서도 올 수 있고 요금이 싸서 나들이 하듯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강변 아파트단지에는 돈과 시간에 여유있는 이들이 많이 사는데다 알맞게 그을린 피부는 건강미와 섹시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래저래 한강의 선탠 명소는 갈수록 각광받을 것 같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