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도봉구 방학동 「부부이발관」이덕수-박춘옥씨

  • 입력 1997년 7월 26일 08시 14분


서울 도봉구 방학2동 637의20 「부부이발관」. 살림집이 붙은 20평짜리 지하이발관은 李德守(이덕수·44) 朴玉春(박옥춘·37)씨 부부의 소중한 생업의 터전이자 따뜻한 이웃의 정이 오가는 곳이다. 이씨 부부가 종업원의 전부인 이곳에서 이씨는 이발사이자 사장이고 부인 박씨는 조수이자 부사장이다. 부부이발관은 매주 월요일만 되면 바빠진다. 같은 동네에 사는 생활보호대상자 저소득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이발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이미 지난 94년부터 행려노인 등을 돌보고 있는 충북의 한 작은 절을 정기적으로 찾아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지난 2월부터는 부부가 다니는 교회 교인들과 함께 한달에 한번씩 중계동 저소득장애인들을 위한 무료이발과 목욕봉사도 하고 있다. 중계동을 찾을 때면 보통 하루에 70여명의 머리를 잘라야 해 부부는 파김치가 된다. 그러나 박씨는 『가진 것도 능력도 없는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베풀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한다. 시골에서 상경해 어렵게 이발사가 된 이씨와 역시 시골에서 여고를 마친 직후 서울생활 초년병이던 박씨는 형편이 어려워 예식도 못올리고 살다 『왜 엄마 아빠 결혼사진이 없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지난 87년 뒤늦게 결혼식을 올렸다. 이 부부는 『아이들 키우고 먹고사는 데는 큰 문제 없다』며 『어려운 분들이 머리 좀 깎아달라고 부탁하면 어디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02―3493―6963 〈박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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