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보다 구두쇠 피서객이 무섭다」.
경제 난국의 여파로 알뜰 구두쇠 휴가객이 늘어나자 여름 한철 대목을 기대하던 피서지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서 전국의 바닷가와 계곡에 피서객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예년과 달리 쌀과 취사도구는 물론 식음료까지 사전에 준비해 오는 피서객이 많아져 휴가지 상가의 매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알뜰 피서객들은 정작 피서지에서 물이나 얼음만 사가 현지 상인들이 이들을 「붕어 피서객」이라고 부를 정도.
27일 오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D잡화점.
한창 손님들로 붐벼야 할 시각에 가게는 한산하기만 하다. 이따금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아이스박스에 보충할 얼음만 살뿐 예년처럼 쌀 된장 양념불고기 주류 등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잡화점주인 洪淳鳳(홍순봉·60)씨는 『피서객들이 음식을 미리 장만해 오는 통에 이달 매출액이 무장간첩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0월보다도 적다』며 『장사가 되질 않아 아르바이트생까지 해고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강릉 경포대와 주문진해수욕장 근처의 민박집이나 여관은 텅텅 비어 있지만 야영장이나 자동차를 주차 시키고 야영을 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은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친구 5명과 함께 1인당 5만원씩을 걷어 승합차편으로 현지에 도착, 오토캠핑을 하고 있는 朴慶培(박경배·24·경기 평택시 비전동)씨는 『집에서 온갖 음식과 세간살이를 다 가지고 왔다』며 『기름값외에는 돈을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해 앞바다 안면도해수욕장.
옷을 갈아입는데 2천원을 받는 해수욕장 탈의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대신 공중화장실은 수영복을 갈아입는 사람들로 초만원이다. 고무튜브를 빌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해수욕장 근처 음식점들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H횟집주인 宋榮淑(송영숙·여·43)씨는 『피서를 오면서 도시락은 물론 음료수까지 싸오는 사람들이 많아 매상이 작년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강원 동해시청 관광기획과 裵淳周(배순주)계장은 『해수욕장 상인들이 장사가 안된다며 관청에서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불황속에서 알뜰피서를 하는 휴가객들의 지갑을 여는 묘안이 없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사회1부〓尹鍾求 丁偉用 李明鍵기자
△사회2부〓慶仁秀 石東彬 池明勳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