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선대학 세계여행③]터키 이스탄불

  • 입력 1997년 7월 29일 07시 42분


터키 이스탄불.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았다. 길거리에선 귤 군밤 김치 비슷한 야채무침 등을 팔고 있었다. 꼭 서울의 거리를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우르르 어느 호텔 커피숍으로 몰려가 터키의 그 유명하다는 사과차부터 마셨다. 새콤달콤. 맛이 그만이었다. 난 내가 일하던 미국 오클라호마방송국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이 스티브, 나 오늘 터키에 와서 맨 먼저 먹은 게 뭔지 아나? 바로 터키야 터키』 『뭐? 도대체 무슨 말이야. 터키에서 터키를 먹다니…』 우리가 터키에 도착한 날은 마침 추수감사절. 그래서 우리 배에서는 저녁식사 메뉴로 칠면조고기 터키(Turkey)를 내놓았던 것이었다. 난 터키에 있는 동안 게밥(Kebop)이라는 터키 음식을 즐겨 먹었다. 이름이 좀 꺼림하긴 하지만 우리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았다. 트로이 관광길에 나섰다. 관광용으로 만든 트로이 목마에 올라가 기념사진도 찍었다. 그 근처에 있는 고대사박물관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중의 하나가 「눈물 병」. 모양은 옛날 우리 전통 술병같이 생겼는데 작은 것은 향수병만한 것에서부터 큰 것은 박카스병만한 것까지 있었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눈물병은 터키의 옛 전사들이 전쟁터에 나갈 때 그들의 아내로부터 변치 않는 애정의 정표로 받는 것으로, 그 속엔 그녀들의 눈물이 담겨 있었다. 병이 클수록, 또 눈물이 많을수록 깊은 사랑을 뜻한대나. 그러나 전사들의 아내들 중엔 바람을 피우는 여자도 많았나보다. 출정하기에 앞서 전사들이 그들의 아내에게 채우고 떠났던 정조대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유람선대학의 여자아이들은 이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사라에게 물어봤다. 『사라, 넌 그 정조대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니?』 『글쎄, 그것을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생각을 했어』 『그래도 한번 지키기로 한 것은 지켜야지』 『그렇지만 현실은 그런 약속하고는 많이 다르잖아? 우리 엄마만해도 지금 네번째 새 아버지와 살고 있거든』 『아니, 그럼 너희 엄마는 결혼을 네번씩이나 했단 말야? 그럼 너도 그 아빠들 중에서 아무래도 정이 많이 가는 아빠가 있겠구나』 『응, 세번째 아빠랑 제일 잘 맞았던 것 같아. 이번 여행에도 용돈을 제일 많이 주셨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터키에 왔는데 터키탕에 안가 볼 수 있나. 우리는 우르르 어느 호텔로 몰려 갔다. 미국 친구들은 같이 목욕을 해야 된다는 말에 모두 어리둥절했다. 공중목욕탕 문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그런 친구들의 표정을 보는 게 속으로 여간 깨소금 맛이 아니었다. 『그래, 남들이 안해 본 일을 먼저 경험해 봤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지. 자아식들, 내가 한 수 가르쳐 주지』 탕 안에 들어가보니 우리나라 대중목욕탕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한국과 똑같이 때밀어 주는 아저씨도 있었다. 미국 친구들은 남자들끼리 발가벗고 함께 있으려니 여간 쑥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 수줍어하는 미국 친구들과 탕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휴게실로 나왔다. 때미는 아저씨가 수건으로 몸을 닦아 준 뒤 큰 수건으로 몸을 싸줬다. 이때 난 뭘 좀 안다고 미국 친구들에게 『이런 데 오면 수건 같은 것은 치워 버리고 편하게 있는 거야』하며 먼저 수건을 홀라당 벗어 치워 버렸다. 미국 친구들도 머뭇머뭇하며 나를 따라 몸을 감싼 수건을 잇따라 벗어 던졌다. 이때 저쪽에 있던 때밀이 아저씨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기겁을 해서 우리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벗어놓은 수건을 가져다 허둥지둥 우리의 중요한 곳을 가렸다. 아뿔싸, 그때 갑자기 우리들 앞에 웬 여자들이 나타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휴게실을 지나 여탕으로 가려는 손님들. 이 일을 어쩐다? 우리들은 급한대로 중요한 부분만 수건으로 가린 채 어쩔 줄 모르고 의자에 한동안 엉거주춤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웬 망신이람. 괜히 잘난 체했다가 창피만 톡톡히 당했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우리나라 터키탕은 다 벗고 편히 쉬는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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