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페이퍼 꾸오레]「반란」인가…「실험」인가…

  • 입력 1997년 7월 29일 07시 42분


「이 땅의 10대들이여, 반란을 꿈꿔라」. 10대들의 일상에 파고들어가 10대의 문화를 10대의 시각으로 보겠다는 스트리트 페이퍼가 나타났다. 5월에 창간한 월간 「꾸오레」. 겉표지부터 거꾸로 달려있는 「거꾸로 보는 잡지」다. 공짜. 3만부씩 찍어 서울 신촌 명동 문정동의 옷가게 패스트푸드점 등 10대들이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곳에 쌓아둬 그냥 집어가게 놔둔다. 백댄서 스케이트보드 포켓볼 등 요즘 10대들의 관심거리와 흡연 가출 촌지 등에 대한 중고생들의 생각도 담았고 10대 마니아들의 세계와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소외도 깊게 다뤘다. 파격적인 것은 「까놓고 보는 성」이라는 이름 아래 자위행위와 피임방법을 남녀별로 자세히 소개해 놓은 것. 「어른들의 성을 훔쳐보지 말고 우리의 성을 고민하자」는 것이 꾸오레측의 설명이지만 곧바로 구설수에 올랐다. 10대들의 탈선을 부추긴다고 해 경찰서에서 조사도 받았다. 「우리학교 이게 싫어」는 등장한 한 학교측의 거센 항의로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기도 했다. 『10대도 충분히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나이예요. 「무조건 하지 마라」보다는 왜 그런 것을 하는지, 뭐가 나쁜지 그대로 드러내려는 거죠. 10대들은 결코 아무 생각 없는 애들이 아니거든요』 발행인 문광명씨(27)는 그의 학창시절을 더듬으며 어른들은 인정하지 않고 얘기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10대의 문화를 바깥으로 끌어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공부 말고도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얘기해주고 싶다는 것. 10대에게 음란의 문화, 힘의 문화가 아닌 다른 문화의 장을 만들어주고자 매달 첫째 토요일에는 신촌에서 길거리 축제도 연다. 그땐 교복을 입고 몰려든 중고생들이 록음악과 댄스 속에서 맘껏 헤드뱅잉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꾸오레를 만드는 사람들은 문씨를 포함해 모두 일곱. 기자 셋, 디자이너 둘, 광고담당 둘. 모두 팔팔한 20대다. 그들의 실험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 내부사정으로 7월호를 못 낸 데다가 주독자인 10대의 반응 못지않게 제작비를 대는 광고주들의 판단도 주요변수이기 때문이다. 「10대들의 브랜드병」을 다루고 싶어도 광고가 안 붙을까봐 접어둔 상태. 10대들은 일단 꾸오레의 등장을 환영하는 눈치다. 최연주양(고척고 2년)은 『연예인 일색의 다른 잡지들과는 달리 우리의 실생활을 다뤄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단 『고등학생 대부분이 이성친구가 있다는 설문조사결과는 친구들끼리 돌려보며 갸우뚱했다』고 한마디. 문제가 된 성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김효정양(명덕여고 1년)과 같이 『책이나 비디오에서 어쭙잖게 성지식을 얻는 것보다 아예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10대들에 대한 희망적인 얘기와 본받을 만한 얘기도 많이 써달라는 주문도 편집실로 이어진다. 이달말 나오는 8월호 특집은 「학원폭력」. 편집실 칠판에 크게 적어놓은 8월 캠페인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미운 친구에게 떡 하나 더 주기」.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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