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보기에 우리나라 10대들은 참으로 철없어 보인다. 유명 브랜드병에 걸려 청바지 하나에 20만, 30만원을 호가하는 옷값도 우습게 알고 공부는 뒷전에 노랑머리 빨강머리의 가수들을 따라다니며 죽네사네 목을 매고 거기에다 한술 더 떠 포르노비디오를 제작해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보릿고개를 막 넘긴 부모세대들이 고픈 배를 참아가며 가깝게는 시장바닥으로, 멀게는 사우디 땡볕에까지 나가 이 나라 경제를 살렸건만 10대들은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 이제는 못하는 일이 없다는 개탄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러나 우리네 10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발견할 수 있다.
온종일 학교라는 공간에 갇혀있으면서도 틈틈이 짬을 내 기타줄을 튕기며 문화적 재능을 키워가는 이도 있고 대중스타보다는 비주류나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지지하며 세상의 주류에 침을 뱉는 이도 적지 않다. 홈비디오를 들고 다니며 미래의 앨런 파커를 꿈꾸는 이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고 21세기를 향해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자신들만의 홈페이지, 웹진을 만들거나 사이버공간을 통해 공동체적인 새로운 미래사회를 꿈꾸는 이들도 많다.
10대 청소년을 그저 「공부하는 학생」으로만 기대하고 바라보는 게 문제일 뿐. 그들이 학교 밖에서 꿈꾸고 펼치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좀 더 따뜻하고 진지하게 지켜본다면 21세기에 그들이 펼칠 미래는 그리 폭력적이지도, 그리 어둡지만도 않을 것이다.
이금영(꾸오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