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시인을 위한 변명」/강동수 지음
이야기의 소재가 이야기의 방식보다 더 큰 의미의 울림을 전해준다고 믿는 작가의 첫 소설집.
호텔 도어맨, 노처녀 전화교환원, 아파트 모델하우스 경비원, 장님 사기꾼….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이 사회에 매끄럽게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군상이 작품마다 등장한다. 「음모와 추문의 쓰레기통」인 도시에서 온갖 위선 오해 부조리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애처롭지만 때로는 친근하게 느껴진다.
「몽유시인」 피구득도 바로 그런 인물. 한 끼 밥과 한 잔의 술을 위해서라면 알량한 자존심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돈키호테식 기행(奇行)의 뒤꼍에 숨겨진 사연이 눈물겹다. 인간가치 존중이라는 상식적인 메시지가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문학과 지성사·6,000원)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