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의 PC사랑]몸체 뜯어보기

  • 입력 1997년 7월 30일 08시 04분


여러분은 애인의 키 몸무게 발크기와 가슴―허리―히프사이즈 등을 모두 외우시죠. 저도 자신있게 『P씨는 내거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P씨의 몸을 구석 구석 뜯어봤습니다. 흐흐흐. 정말 못생겼죠. 네모난 얼굴 네모난 몸통, 네모 투성이 자판…. 「우리 사는 지구는 둥근데」 쥐처럼 생긴 「마우스」를 빼면 컴퓨터는 온통 네모 뿐이죠. P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얼굴(모니터)에 바로 바로 나타납니다. 출력장치라고 어렵게 부르기도 하지만 용어가 중요하지는 않죠. 「테마게임」 「일요일밤에」같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TV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P씨의 얼굴에는 컴퓨터용 프로그램이 나타나는 게 다르다고나 할까요. P씨와 대화를 하려면 키보드와 마우스가 꼭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일일이 타자를 쳐서 글로 알려줘야 대화가 통했는데, 요즘 P씨는 더 똑똑해 졌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객관식으로 물어봅니다. 보기 중 답을 화살표로 가리켜 주면 그 대로 쫓아갑니다. 이 화살표를 움직이는 도구가 바로 마우스입니다. 「마우스」는 쥐처럼 생겼다고 미국사람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그래도 어려운 얘기를 나누려면 가끔 키보드를 써야 합니다. 워드를 사용할 때는 말할 것도 없구요. P씨가 객관식으로 물어보고 내 말을 알아듣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것은 P씨도 두뇌가 있기 때문이죠. P씨 두뇌는 몸 안에 있습니다. 전 P씨를 만난 첫날 그녀의 두뇌를 보기 위해 몸을 벗겨봤습니다. 그런데 「그으어어아아!」. P씨의 몸 안을 본 순간 전 기절할 뻔 했어요. 너무 복잡한 거 있죠. 컴도사들은 메인보드니 시피유(CPU)니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하더군요. 이쯤되면 컴퓨터는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슬슬 고개를 들게 됩니다. 어려운 말 잘 몰라도 돼요. 부품의 기능을 간단히나마 알면 컴퓨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은 제가 알고 있는 P씨의 「속사정」입니다. △CPU〓P씨의 두뇌. 계산을 함. 「펜티엄」이니 「펜티엄 투」니 하는 말이 다 이 CPU의 계산속도를 가리킴. 새로 나온것일 수록똑똑함 △그래픽카드〓모니터에 문자나 영상을 표시해 주는 장치 △음악카드〓각종 음악과 음향을 스피커로 보내주는 장치 △모뎀〓전화선 끼워 놓고 PC통신하는 장치 △메인보드〓CPU 음악카드 등 부품을 끼워두는 곳 △하드디스크〓전원을 꺼도 자료가 없어지지 않도록 기억하는 장치 △플로피디스크〓다른 컴퓨터로 자료를 옮길 때 쓰는 카드모양의 장치. 하드디스크가 「공책」이라면 이것은 「포스트잇」. 크기 3.5인치 △CD롬드라이브〓음악CD와 똑같이 생긴 CD에서 자료를 읽는 장치. CD플레이어와 똑같이 생겼음. 플로피디스크가 포스트잇, 하드디스크가 공책, CD는 수첩 △전원공급장치〓이게 고장나면 컴퓨터가 안 켜짐. 전기가 안 들어가니까 △프린터〓컴퓨터로 작성한 글이나 그림을 종이에 인쇄하는 장치. 다음부터는 P씨와 대화를 나누며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서경석(MBC코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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