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마주보기]EBS 「문학기행」

  • 입력 1997년 7월 30일 08시 04분


TV속의 세상은 가볍고 화려하다. TV의 찰나성과 현란함에 길들여진 영상세대들에게 문학이란 인내심만 요구하는 지루한 텍스트일 뿐이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TV속에서 문학의 자리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영상과 책읽기의 결합을 시도하는 「문학기행」이 바로 그런 프로. 이번에는 지난 4월 서른다섯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소설가 고 김소진을 추억하는 시간. 김소진은 가벼운 상상력이 풍미하던 90년대 문단에서 진지한 주제와 사실주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고집했다. 우리말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문학기행에서 다룰 「자전거도둑」은 단순한 가족사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도시 빈민계층의 애환과 사람살이의 깊은 속내를 투시했던 그의 문학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소진과 절친했던 평론가 정흥수씨와 신인소설가 한창훈씨가 김소진의 일산 서재와 「자전거 도둑」의 무대가 되었던 자전거 전용도로를 둘러본다. 가난하고 힘겨운 산동네 하층민들의 삶의 현장, 그곳은 바로 김소진 문학의 근원지이자 그가 끊임없이 추구해왔던 삶에 대한 성찰의 무대이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90년대 촉망받던 젊은 작가 김소진의 타계가 문단에 적지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의 사실주의 문학과 뚜렷한 주제의식이 가진 미덕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듯하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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