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민 여름나기 『헉헉』…열대야-뿌연연무-오존주의보

  • 입력 1997년 7월 30일 20시 56분


도시민들의 올 여름나기가 무척 힘겹고 특히 서울시민의 고통이 심하다. 10일째 계속된 열대야와 3일째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연무(煙霧)현상에 오존주의보까지 겹쳐 3중고(三重苦)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불쾌지수가 연일 80을 넘고 있는데다 대기오염 악화로 호흡기질환과 어지럼증 등의 위협에 몰려 있다. 30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26.8도로 올들어 가장 더운 새벽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21일 아침 최저기온이 26도를 기록해 열대야가 시작된 이후 10일째 이어진 찜통더위. 서울에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와 콘크리트 빌딩, 아스팔트가 방출하는 복사열이 기온을 주변 지역보다 높여놓는 「열섬현상」 때문. 지난 사흘간 서울시민은 후텁지근한 열대야에 잠을 설치고 난 뒤 출근길에는 안개와 오염물질이 엉겨붙은 연무현상에 시달렸다. 30일 오전에는 육안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시정거리가 1.5㎞미만으로 연무기준(10㎞ 이하)보다 훨씬 짧았다. 이달 들어 서울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많은 5차례의 연무가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오존농도까지 높아져 서울에 지난 28, 29일 연이어 오존주의보가 내려졌고 30일에는 오후 한때 서울 경기지방에 내린 비 덕택에 오존주의보 발령을 모면했다. 올들어 모두 15차례나 오존주의보가 발령돼 8월 이전에 작년 총 발령횟수(10회)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으로 둘러싸인 도봉 강북 성북 노원 등 서울의 북동지역은 오염물질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돼 오존주의보가 8차례나 발령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달 4일경 비가 내릴 전망이지만 더위와 먼지를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다음달 중순까지 시민들은 3중고와 계속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 黃仁洪(황인홍)박사는 『이런 날씨에는 건강한 사람도 탈진하고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며 『한낮에는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땀을 흘리기 전 짭짤한 음식물로 염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영·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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