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가길에 대구의 한 레스토랑을 찾은 이모씨(26·여·서울 성북구 돈암동)는 여성화장실 벽에 달려 있는 벨을 보고 「저게 뭘까」하는 생각에 눌러보았다. 그랬더니 벨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20여초 동안 나는 것이었다.
여성들이 용변 중 나는 소리를 누군가가 밖에서 들을 것을 꺼려하는 것에 착안해 만든 「에티켓벨」이다. 여성들의 편의뿐 아니라 용변소리를 막느라 물을 여러 번 내리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경제성도 고려한 장치.
동양증권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본사사옥의 모든 여성화장실에 58개의 에티켓벨을 설치했다. 최근 수원시가 주최한 화장실문화에 관한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하루 근무시간 중 화장실에 가는 횟수는 평균 2.9회. 에티켓벨을 설치하면 한번 화장실에 갈 때마다 2번씩만 물을 내린다고 가정해도 하루에 2,3회분의 물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에티켓벨이 경제성까지 고려한 것이라면 과거 호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데가 공공화장실에까지 설치된 것은 공중화장실 고급화 추세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포스코는 서울 삼성동 사옥을 신축하면서 모든 여성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했으며 서울에 있는 적지 않은 카페나 레스토랑 공공건물의 화장실에서도 비데를 볼 수 있다.
화장실 설비가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화장실이 대 소변만 처리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휴식공간이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 청결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자라난 신세대들은 화장실을 불결한 장소라기보다는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이제는 「처가와 뒷간은 가까울수록 좋다」라는 문화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공공화장실의 양변기를 이용할 때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좌변기의 청결성. 누가 사용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다소 불편하더라도 좌식인 서양식변기보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용변을 봐야 하는 일식변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착안해 좌식 변기에 일회용 변기커버를 갖춘 공공화장실도 많아지고 있다. 외식업체 체인점 T의 변기커버는 비닐로 씌워져 있으며 사용자가 앉기 전에 변기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비닐커버가 돌아가면서 이전의 커버는 자동폐기처분되고 새 커버가 씌워진다. 남이 사용하던 타월을 쓰길 꺼리는 사람을 위해 한번 사용하고 치우는 면타월을 쌓아두기도 한다.
이처럼 화장실을 고급화하고 다양화하는 것에 대해 서울산업대 정광섭교수(건축환경 설비공학)는 『화장실문화가 한 나라의 국민소득증대와 직결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생활 문화수준이 향상되면서 화장실을 고급화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쾌적함을 위해 화장실을 청결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서 지나쳐 필요없이 크고 사치스럽게 만드는 것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