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제주 「오름나그네」

  • 입력 1997년 8월 6일 07시 23분


한라산이 생명의 원천이라면 기생화산인 「오름」은 그 생명을 곳곳에 나눠주는 사랑의 젖줄이다. 오름은 제주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생활의 터전이자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 이 오름을 끔찍이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오름나그네」(회장 高昌錫·고창석·제주대교수)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제주의 3백16개 오름을 하나하나 찾아다닌 순례기를 묶어 「오름나그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金鍾喆(김종철)씨의 뜻을 기리기 위해 그가 유명을 달리했던 지난 95년에 책이름을 따 모임을 결성했다. 20명 남짓한 회원중에는 고인이 된 김씨의 부인 金順伊(김순이·51·시인)씨도 참여했다. 교수 시인 주부 공무원 등 회원들의 직종은 다양하지만 개인의 직업이 중요하지는 않다. 오름에 대한 뜨거운 애정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러나 정식회원이 되려면 6개월 동안 준회원으로 활동해 오름에 대한 애정과 성실한 자세를 몸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들의 오름순례는 한달에 두차례. 비가 올 때나 안개가 낀 날에도 이들의 발길은 멈추지 않는다. 순례 때마다 꼬박꼬박 소식지도 만들어낸다. 이미 길이 만들어진 오름도 있지만 가시덤불을 헤치며 무작정 정상을 향해 발을 내디뎌야 하는 오름이 태반이다. 가시에 찔리고 비탈길에 넘어지는 고통은 당연히 감내한다. 그러나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마구 파헤쳐진 오늘날 오름의 모습은 오름나그네들의 마음을 찢어놓는다. 오름을 파괴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는 이들은 이때문에 오름에 송전탑을 설치하는 것도 반대한다. 이들은 오름보존을 위해 사진전시회 출판사업 등을 벌이고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해 오름의 소중함을 전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제주〓임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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