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43평형 아파트에 「한국적인 식사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주거공간 중에서도 특히 식사를 하는 공간은 한 사회의 생활방식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자리.
기본적으로 서구적인 기능성과 편리성만을 고려해 건축된 아파트에 이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단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바닥에 앉는 「좌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서 구상을 시작했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식사뿐 아니라 대화 휴식 오락을 겸할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아파트 남쪽의 방하나를 전통가옥의 마루와 비슷하게 꾸몄다. 마루에는 짙은 색상의 목재로 된 좌식 식탁을 들여놓고 방석을 깔았다.
남쪽으로 열린 넓은 창을 통해 주변 경관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게 했으며 한식창호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창틀과 마로 짠 커튼,원목바닥재를 써서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한식마루와 비슷한 느낌이 들도록 바닥을 원래 거실바닥보다 30㎝ 가량 높였다. 마룻바닥과 원래 바닥 사이의 공간은 자주 이용하지 않는 물품을 수납할 수 있게 했다. 또 주방과 이어지는 곳에 접이문(폴딩 도어)을 설치해 필요할 경우 격식있는 다이닝룸이나 별도의 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김부곤(엑시스디자인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