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치학회 학술회의]「한국의 민주화와 세계화」요지

  • 입력 1997년 8월 18일 20시 21분


《세계정치학회(IPSA) 제17차 서울세계대회의 일환으로 마련된 국제정치학학술회의 「한국의 민주화와 세계화―평가와 전망」(동아일보사·연세대동서문제연구원·미국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공동주최)이 19일까지 서울 프라자호텔 덕수홀에서 계속된다. 이번 회의엔 국내외 석학 30여명이 참가해 한국 민주화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정치와 경제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통해 21세기 정보화 세계화시대에 있어서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열띤 토론을 벌인다.》 [제1주제:한국의 민주화―비교정치학 관점] 스테판 해거드(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드 캉(미국 다트머스대)교수는 공동 주제발표 논문 「비교학적 관점에서 본 김영삼정권」을 통해 현재 한국 민주화 열기의 약화는 보수세력이 개혁의 날을 무디게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한국의 민주화는 과거 군사독재정부가 이룩해놓은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의 경우와 다르다』고 말하고 『경제의 발전은 독재정권 지도층과 보수층의 연합구도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나아가 민주화의 장애 세력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대통령의 3당합당도 바로 보수세력을 스스로 수용한 것이었고 그로 인해 한국은 아직 완전한 민주화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咸在鳳(함재봉·연세대)교수와 柳相榮(유상영·삼성경제연구원)박사는 「한국의 민주개혁과 민주공고화―민주주의를 위한 약속」에서 한국은 비교적 평화로운 민주화 이행에 성공했고 최소한 현재의 민주화 흐름이 역전될 가능성은 없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출발한다. 그러나 『최근 대형 부정부패와 구조적인 경제 불안이 불거지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고 보고 그 원인 분석과 처방을 내리고 있다. 87년 6월항쟁이 6.29선언이라는 집권세력 내부 협약의 형태로 일단락됨으로써 결국 민주세력의 참여가 배제된 점, 당시 흑자경제구조 속에서 복지와 분배 등 폭넓은 선택이 가능했음에도 장기적인 경제전략 수립이나 제도개혁에 게을리한 점이 현재 대두하고 있는 회의론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현 정권마저 도덕정치만을 강조하고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의 법적 민주화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도와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도덕정치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단언하고 『금융실명제 같은 것도 대통령의 긴급명령이 아니라 정식 법률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제 [2주제:한국의 세계화―비교론적 평가] 「세계화 패러다임의 유형과 이론」을 발표한 존 아이켄베리(미국 펜실베이니아대)교수는 『현시대 가장 강력한 추세는 경제의 세계화』라고 전제하고 그 과정을 시장의 세계화, 생산의 세계화, 정보의 세계화, 기술의 세계화로 분류했다. 그리고 이같은 세계화를 통해 국가간의 관계가 과연 호혜적으로 정립될 것인지, 정치적인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아직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개방화 경쟁화로 대표되는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세계화의 정치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 개방압력 취약 문제점 ▼ 미국 국제정치학회장인 데이비드 보브로(미국 피츠버그대)교수는 「한국의 세계화와 제삼세계의 함의」를 통해 한국의 세계화는 그 성과를 논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보았다. 김영삼정부의 세계화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가입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개방의 압력에 취약해졌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OECD WTO 등의 환경 노동기준, 부패와 뇌물방지협약 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토머스 헨릭슨(미국 스탠퍼드대)교수는 주제논문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에서 탈냉전시대 한국의 외교는 미국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발표했다. [제3주제:한국의 민주화와 세계화 정책―사례연구] 주제발표에 나선 權純源(권순원·덕성여대)교수는 「경제정의와 사회복지―경제정책의 새로운 원칙」을 통해 현정부 개혁정책은 금융실명제와 토지실명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권교수는 『급속한 경제성장도 필요하지만 삶의 질과 기준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경제발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보다 균등한 기회와 소득의 분배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치민주화 과정에서 경제적 합리성과 정책의 지속성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과제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브래디(스탠퍼드대) 牟鍾璘(모종린·연세대)교수는 주제논문 「정치적 기대 조정, 민주주의 공고화 그리고 한국의 노동법 개정」을 공동으로 발표, 『지난 3월 여야합의로 이뤄진 노동법 개정은 한국 민주주의 공고화에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노동법 개정은 기존의 민주주의 공고화 이론틀로는 적절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보고 새로운 동태적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의견조정과정에서 사법부 국제노동기구(ILO) 등이 중요한 중재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노동자들이 이들 중재기구의 반응을 토대로 자신들의 주장의 정당성, 국민적 지지에 대한 기대를 조정함으로써 노동법 개정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합법적인 의사표시수단이 미약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87년 이후에도 선거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의사표시를 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지체됐다』고 말해 이와 관련한 제도개혁이 시급함을 시사했다. [제4주제:민주화와 세계화 정책 비교평가] 鄭求鉉(정구현) 金棟哉(김동재·이상 연세대)교수는 「세계화와 국제경쟁력―한국의 경우」를 발표, 한국경제의 시급한 과제는 양에서 질로의 전환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경제는 여러 경제지표상으로 볼 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서로 상충하고 있어 국가경쟁력을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 경제구조 변화 급선무 ▼ 거시적 경제지표인 국제무역의 경우 96년부터 계속돼온 수출 감소는 국가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반면 또다른 거시적 지표인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96년 외국기업의 국내투자가 증가했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이 증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시적 지표인 개별 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점점 많은 한국기업들이 세계 5백대기업에 선정되고 있지만 수익성에서는 별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지표상에서 서로 상충하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에 대해 이들 두 교수는 『한국이 세계화 과정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지금으로선 국내시장보호와 급속한 경제발전에 익숙해 있던 한국의 경제구조와 민간기업을 변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기업들은 종래의 국가 보호막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 J펨펠교수(미국 워싱턴대)는 「민주화와 세계화―한국 일본 대만 비교연구」에서 동북아 3국의 민주화 세계화 과정을 비교 분석하고 그 미래를 전망했다. 펨펠교수는 이들 세나라 민주화의 주된 특징으로 「일당지배」와 「미국의 개입」을 들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주목한 그는 『냉전이 종식되고 정치보다 경제 논리가 우선되면서 미국이 자국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동북아 국가들에게 지금까지와 같이 도움을 줄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혀 이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광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