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어제 오늘]남한산성 水門

  • 입력 1997년 8월 20일 07시 44분


경기 광주군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45일간 머물면서 청나라 군사에 항전했던 역사적인 장소. 총연장 9㎞가 넘는 성곽과 수어장대 남문 동문 등 문화재와 사적지가 많다. 잘 알려진 사적지보다 동문옆 성벽 밑에 구멍처럼 조그맣게 난 수문(水門)이 남한산성의 어제와 오늘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문이란 이름은 물이 흘러가는 문이라는 뜻. 남한산성은 지세가 남문쪽이 높고 동문쪽이 낮아 대부분의 물이 동문옆 수문을 통해 흘러갔다. 옛날에는 물뿐만 아니라 성내에서 숨진 시체를 내보내는 시구문 역할도 했으며 통행시간이 지나 동문이 닫혔을 때 사람이 기어 드나들던 「개구멍」이기도 했다. 지금은 옆으로 계곡이 패어 물길이 바뀌었기 때문에 수문을 지나가는 물은 거의 없다. 물길뿐 아니라 예전에 수문으로 흐르던 산골짜기 맑은 물은 온데간데없고 남한산성 주변 80여곳 음식점들이 배출하는 생활하수로 계곡이 오염된 상태다. 광주군과 관리사무소는 수문 위쪽 40∼50m 지점에 35억원을 들여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하고 있다. 산성내에 하수처리장을 지어야 하는 현실이 남한산성의 변화를 역설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 처리장이 완공되면 다소나마 깨끗해진 물의 일부가 수문을 통해 다시 흐르겠지만 그래도 예전의 물은 아닐 것이다. 〈광주(광주)〓성동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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