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방송사들, 인기드라마 재방영 러시

  • 입력 1997년 8월 26일 08시 32분


젊은 청춘스타의 사랑 이야기에 감각적 영상과 음악을 내세운 트렌디물의 「한국원조」로 불리는 드라마 「질투」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드라마가 최근 MBC 「드라마걸작선」(밤11.30)으로 매주 일요일 재방영되고 있다. 기본구성은 요즘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최진실은 최수종을, 최수종은 이응경을 좋아한다는 식의 삼각관계를 넘어선 다각관계의 사랑이 줄거리를 이룬다. 여기에 드라마 덕분에 히트했던 주제가가 등장인물의 분위기를 표현한다. 그러나 다시 지켜본 이 드라마는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낡은 영사기에 「비」가 내리는 화면을 연상시킨다. 당시 「감각적」이라고 평가받았던 영상이나 음악들이 진부하게 느껴진다. 특히 이 드라마는 같은 트렌디물 계열로 화제를 모았던 「별은 내 가슴에」와 비교하면 한참 오래된 「과거형」임이 드러난다. 이야기 전개는 속도감 없이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반복되는 사랑타령의 대사도 지루할 뿐이다. 시대의 유행을 가장 민감하게 수용하는 트렌디물의 속성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을 짚거나 강한 주제가 있고 선이 굵은 드라마가 아닌 만큼 유행이 지나면 바로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MBC측은 「수작」을 다시 보여준다는 취지로 「질투」를 주말 심야에 편성했다. 「드라마 재활용」 시간대가 돼 버린 주말 낮 시간을 피한 것도 나름으로의 배려였다. 다른 방송사들도 「SBS화제작」 「KBS 단막극장」의 제목을 붙여 드라마를 재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면면을 살펴 보면 걸작도, 화제작도 찾기 힘들다. 또 이같은 재방드라마가 적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방송사의 주장은 지나친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다. 시청자들은 「수작」이기 때문이 아니라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보았을 수 있다. 결국 돈과 아이디어가 투자된 「신상품개발」이 아니라 「재탕」을 통해 시청률 올리기에 집착하는 모습은 거꾸로 가고 있는 방송의 자화상이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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