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찾기]헷갈리는 21세기

  • 입력 1997년 8월 27일 07시 39분


26일 밤 서울 세종로 문화체육부 청사.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다」는 문구가 내걸린 전광판이 「2000년 858일전」임을 알리고 있다.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SBS건물 옥상. 「21세기 앞으로 1,224일」이라는 문구가 한강변을 밝혔다. 대망의 21세기는 과연 언제 시작되는가. 두 전광판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21세기의 첫날은 서기 2001년 1월1일이라는 게 천문학계의 정설. 이 기준에 따르면 SBS의 전광판은 정확하다. 그렇다면 정부기관인 문체부는 왜 2001년 대신 2000년을 사용했을까. 문체부도 다음 세기의 개막 시점이 2001년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2000년 1월1일 0시는 인류 문명사에서 1천년(밀레니엄) 단위로 바뀌는 대전환점인 만큼 그에 합당하는 준비를 하는 차원에서 전광판을 만들었다는 설명. 李勝奎(이승규)문화정책과장은 『연대기로 따지면 21세기의 출발선은 2001년으로 보는 게 논리적』이라고 전제, 『그러나 통념적 심리적 문화적 시각에서는 2000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마교황청은 예수탄생 2천년 기념축제를 서기 2000년에 열 계획이며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도 세기말과 세기초 기념 이벤트의 개최시기를 같은 해에 맞추고 있다. 프랑스는 2000년 1월1일이 1천일 남은 지난 4월6일 자정 파리 에펠탑에 「J―1000」 전광판을 가동했다. 그러나 혼란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한 서울대교수는 『세종로를 지날 때마다 21세기가 언제부터인지 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며 『국민이 혼동을 일으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래학회회장과 문화비전2000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崔禎鎬(최정호)연세대교수는 『21세기와 2000년대의 지엽적인 구분에 집착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미래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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