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요한슨 지음/푸른숲 펴냄]
「3백50만년전 아프리카 초원을 한 여인이 걷고 있다. 1백20㎝ 키에 30㎏의 몸무게, 소프트볼 만한 머리통을 가진 여인, 그가 인류의 조상이다」라는 글귀에 매료된 나는 정신 없이 책에 빠져들었다.
3백50만년 전이라니, 3백50년 전이라면 모를까. 사실 상관도 없고 이득도 되지 않는 이 책에 내가 빠져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요한슨은 이 호미니드를 발견하는 날 아침풍경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힘겨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미신을 믿고 있던 그는 육감을 가지고 「극적인 행운」에 의지해 루시의 완벽한 유골을 찾아낸다. 다른 고고학자들도 그곳을 많이 지나다녔지만 결코 찾지 못했던 그녀의 유골.
그의 말대로 사람들은 때로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모두 다른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발굴에 시간을 보내느라 이혼을 당한 그만이 며칠후 폭우가 내리면 영원히 휩쓸려가버릴 유골을 홀로 찾아냈던 것이다.
이 유골은, 그날 밤 그들 캠프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비틀스의 노래 「루시 인 더 스카이」를 따라 루시라고 이름 불리게 된다.
하지만 루시가 인류의 조상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사실 아주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은 흔히 선입견에 빠져 있어서 생각을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화석이 50만년전의 자바원인이었다는 사실을 겨우 받아들인 학자들이 그보다 6배나 오래된 루시를 순순히 인류의 조상으로 받아들여줄리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연구성과를 모두 부정해야 하는데, 설사 진실이라고 해도, 이미 손에 가진 것을 포기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쪽에 서기 쉽다. 명명백백한 역사적 화석에 대해서도 그러한데, 하물며 오늘의 우리 현실이야….
책을 덮을 무렵 나는 문득 내가 왜 이 책에 그토록 매료되었는지 깨달았다. 요한슨처럼 혹은 그의 동료들처럼, 나는 알고 싶었던 것이다. 고갱의 그림제목처럼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지」를.
공지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