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수입조기의 일부가 「굴비의 고향」 전남 영광에서 국적이 세탁돼 「영광굴비」로 둔갑,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영광굴비의 명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진품을 만들어 유통시키는 어민과 수산물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본보취재팀은 일부 수산물 업자들이 중국산 조기를 전남 영광군에서 말린 뒤 포장만 바꿔 영광굴비로 팔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제보에 따라 현장을 잠복 취재했다.
지난 4일 전남 영광군 법성포. 갯벌을 따라 반경 1㎞ 정도로 길게 늘어선 해안마을 법성포에는 냉장시설과 작업장을 갖춘 영광굴비 가공업체만 2백50여개.
추석 대목을 앞둔 업소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환히 불을 밝힌 채 조기를 엮고 포장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오후 7시경. 취재팀은 모 업소에서 중국산 조기를 가공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작업이 끝난 뒤. 작업장 앞 공터에는 업자들이 태우다 남은 중국산 조기 상자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취재팀은 냉동창고에서 중국산 조기 1천80상자가 영광굴비로 표시된 국산 조기 상자와 나란히 보관돼 있는 현장을 발견했다.
하지만 업소 대표는 『원산지를 중국으로 표시해서 판매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경찰은 업소 대표를 입건해 조사할 수 없었다.
중국산 조기를 보관하는 것 자체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기 때문.
조기 수입이 자유화된 지난 7월1일부터 8월22일까지 인천 부산 목포 등 6개 항구를 통해 수입된 중국산 조기는 약 3천2백46t. 이중 약 20%인 6백60여t이 서울의 모 수입대행업체를 통해 목포로 흘러 들었다.
지난 7월 중국산 조기 1천1백50상자를 가공 처리한 법성포의 P상회. 경찰은 이중 1백25상자를 영광굴비로 허위 표시해 판매했다는 자백을 받아냈으나 물증이 없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K상회측도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중국산 조기 6천상자를 가공했는데 모두 원산지를 중국으로 표시했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
중국산 조기를 영광굴비로 둔갑시키는 이유는 시세 차익이 크기 때문. 중국산 조기의 수입가격은 1㎏당 평균 2천2백80원이지만 국산은 1㎏의 원가가 1만5천원 안팎으로 무려 7배이상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한편 영광군 법성포 청년회측은 중국산 조기가 영광에서 원산지가 둔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달 16일부터 자체 감시활동에 나서 날이 저물 무렵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각 업소를 돌며 야간순찰을 하고 있다.
〈영광〓이훈·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