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한지, 뿌옇게 번진듯한 묵서, 그리고 격랑의 근현대사를 헤쳐온 선학들의 피땀어린 학문적 편력.
국사학 국어국문학 한문학 철학 민속학 고고학 미술사학 서지학 국악 등 근대 한국학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친 학자 75명의 체취와 열정이 그대로 배어있는 육필원고 유묵 저작물 논문집 강의노트 등 총3백50여점을 선보이는 「근대한국학자료전시회」가 26일까지 서울 서대문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황현 박은식 장지연 신채호(이상 한국사) 정인보(한문학) 주시경 이병기 양주동 조윤제(이상 국어국문) 송석하(민속) 고유섭 최순우(미술사) 김원룡선생(고고 미술사) 등 고인들과 이기백(한국사) 이태극(시조) 임동권(민속) 황수영씨(미술사) 등의 자료를 총망라하고 있다.
황현선생의 「매천집」(1911)에서는 서릿발같은 그의 기상과 구국 의지가, 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1915)에서는 민족사학 수립과 조국독립에 대한 선생의 피끓는 갈망이, 주시경선생의 「국어문전음학」(1909)이나 최현배선생의 「우리말본」(1937)에서는 우리말 보존에 일생을 바친 나라사랑 정신이, 고유섭선생의 「고려청자」(1939)나 김원룡선생의 「신라토기의 연구」(1960)에서는 숱한 시련 속에서도 깊이와 멋을 잃지 않은 우리 전통문화의 그윽한 아름다움이 살아 숨쉬고 있다.
이번 전시 자료들은 황순구 동국대교수(60·한문학)가 대학 1학년때부터 40여년간 수집한 1만7천여점의 국학자료중 사료적 가치가 가장 높은 것을 골라낸 것이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