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길이지만 중앙대로 단숨에 달려갔습니다.「해피 투게더」를 보러…』
『이화광장에서 「해피 투게더」를 상영했다.…이 좋은 영화를 볼 권리조차 빼앗는 우리 문화의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에게 작품을 보고 판단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나라에서 어떤 또다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겠는가』 PC통신에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영어명 「해피 투게더」)를 봤다는 내용이 그득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공연윤리위원회의 수입불가 판정을 받아 일반극장 개봉이 불가능해진 작품. 그러나 대학가와 신세대가 모이는 공간에서는 아무 제재없이 원작 그대로 상영되고 있다.
장소도 다양하다. 서울과 지방 대학 축제기간 중 야외나 강당에서 상영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앞 테크노바, 이태원 게이바 등에서도 볼 수 있다. 어디서 상영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있으면 그들은 입에서 입으로, 또 PC통신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다. 동아리나 바 등의 주최측이 버젓이 PC통신에 안내고지를 하기도 한다.
상영 경로는 대학의 영화 동아리들이 해외에서 비디오를 구해와 빔 프로젝트로 틀어놓는 것이 대부분. 영어 자막은 보통이고 학생들이 직접 한글 자막을 넣은 것도 있으며 2천원씩의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 이 영화를 수입한 모인그룹(대표 정태진)은 지금까지 대학가에서 「불법」 관람한 관객의 수를 1만여명으로 추정했다.
이 영화에 모이는 젊은 세대가 영화마니아들만은 아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공륜이 상영을 금지시켰는지 보자」는 호기심파는 물론 「관의 수입불가 판정따위는 무시한다」는 그 세대 특유의 소신파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시대흐름과 관계없이 무원칙으로 일관하는 공륜심의에 대한 불신도 대단하다.
광고료를 내지 않고도 짭짤한 영화PR를 하고 있는 모인그룹측은 그러나 『이는 명백히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며 불쾌한 빛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입불가 판정을 한 공륜과 문체부가 불법 상영은 묵과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결국 돈주고 수입한 영화를 돈받고 상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인 셈이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