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화장품『전문점 군침』…국내업체 브랜드전략 대폭 정비 맞서

  • 입력 1997년 9월 29일 08시 02분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

뿌리깊은 우리 소비자들의 외제선호 심리를 업고 승승장구해온 외국 화장품브랜드에 맞서 국내 화장품업체들이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다름 아닌 미(美)를 파는 「브랜드 전쟁」.

외국화장품이 공식적으로 수입품목에 포함된 것은 3년전. 그러나 지난해엔 외국업체들의 매장설치 제한마저 철폐돼 시장이 완전히 열렸다. 게다가 지난 3월 판매자 가격표시제(오픈 프라이스)가 전면 실시됨에 따라 국내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던 「깎아주기」 전쟁마저 사라질 태세. 이제 브랜드 및 품질을 내세우는 전통적인 마케팅기법이 최후의 생존전략으로 남게 됐다.

휘황찬란한 유명 백화점 1층 매장은 오래전부터 랑콤 샤넬 에스티로더 등 외국 유명브랜드의 아성이다. 「외제〓고급품」이란 소비심리에 백화점측의 「고급」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국산브랜드 차별까지 겹쳐 지난해 외국 브랜드의 백화점 매출은 이미 국산 브랜드 매출액의 4배에 육박했다.

물론 백화점 매출은 국내 화장품 유통액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점(할인점)에 비하면 새발의 피. 그러나 대표적인 가격전쟁터였던 전문점의 틈새를 외국브랜드가 파고들 태세여서 이곳에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세계 최대의 화장품그룹인 로레알은 23일 서울 모호텔에서 관계자 1백50여명이 참관한 가운데 「로레알 파리」브랜드의 출범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로레알 파리는 랑콤, 헬레나 루빈슈타인, 랄프 로렌 등 로레알이 키워낸 유명브랜드와 달리 할인판매장이나 슈퍼판매용 브랜드.

로레알은 염색약을 시작으로 국내 수요가 큰 두발용 제품들을 차례로 전문점에 내놓을 계획. 로레알이 틈새진입에 성공하면 시세이도(일본) 에스티로더(미국) 등 외국브랜드가 전문점 공략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

외국업체들의 전문점 공략에 맞서 수성의 기치를 내건 국산 브랜드는 라네즈 이지엎 등. LG화학은 이달 초 기존 이지엎 스킨캐어제품의 기능을 보강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례적으로 가격과 브랜드명을 바꾸지 않았다. 신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풍토를 감안할 때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지만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이지엎을 「롱런」시키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태평양의 라네즈 브랜드도 마찬가지. 이달 초 피부보호성분인 세라마이드를 대폭 보강한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가격과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우리업체들의 텃밭이었던 전문점 쟁탈전에서 국내업체들의 압승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화장품대리점 및 소매점들이 매우 영세하기 때문이다. LG화학유통연구팀 문옥철(文沃喆)차장은 『외국업체들은 일관된 영업전략에 맞춰 일사불란한 마케팅 및 가격정책을 유지, 브랜드이미지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본격화될 브랜드전쟁에 앞서 대리점들을 크고 강한 연대를 가진 조직으로 키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