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씨」인가.
11일부터 주말 드라마로 방영을 시작한 KBS 2TV 「아씨」(밤8.55)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이다.
드라마를 보느라 수돗물 넘치는 소리가 났다는 그 시절의 인기 드라마가 27년만에 부활한 것이다. 당시 작가였던 이철향씨가 극본을 맡았고 나이 든 시청자의 귀에 익은 주제가의 여운도 여전하다.
어쩔 수 없이 바뀐 것도 있다. 아씨를 구박해 욕을 먹었던 남편 역의 김세윤은 시아버지 이참봉이 됐다. 또 1917년을 기점으로 했던 드라마의 시계도 25년쯤 뒤로 돌려 42년에서 시작된다.
「아씨」가 관 뚜껑을 열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최근 방송가에 불고 있는 복고풍의 힘이다. 또 첨단 유행으로 장식한 신세대용의 트렌디풍 드라마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이 드라마는 1, 2회를 통해 아씨(이응경)의 혼사를 둘러싼 긍재(선우재덕)와 수만(최재성)의 갈등을 그리며 이후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버선 코 못 생긴 건 개도 안물어가』 『웬 학춤을 추고 있어』라는 식의 맛깔스런 대사와 조연들이 빚어내는 인물의 매력, 연출력도 빛난다.
그러나 『왜 아씨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씨의 성격이 순종적이기보다는 적극적인 여성으로 재설정됐다지만 90년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설득력을 가질까. 회를 거듭할수록 예정된 결론에 다가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궁금증이라는 드라마의 무기는 약해지게 된다.
과연 「아씨」가 방송사 PD들이 드라마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단막극(「드라마 게임」)을 슬그머니 없애고 등장시킬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일까. 심지어 상업방송인 SBS조차도 「70분 드라마」를 신설해 방영하고 있는데.
상업적 전략이 용의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꽤 오래됐지만 상품성을 검증받은 「아씨」가 차라리 어정쩡한 드라마보다 시청률 측면에서 낫다는 계산이 아닐까. 그때 그시절의 「아씨」를 기억하는 올드 팬에게 노스탤지어를 선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