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게 강좌를 열거나 학교시설을 개방해 지역사회에 문턱을 낮추는 초중고교가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 1만5백5개교 중 지역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는 절반인 5천3백37개교. 그동안 각급학교는 학교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머물렀으나 평생교육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도 충족시키고 학교시설의 활용도도 높이기 위해 최근 1,2년 사이 속속 주민대상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영어회화강좌. 서울 일원동 중동중학교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에게 주 2회 무료영어회화강좌를 연다. 이 학교의 캐나다인 부부 영어교사 에드워드와 엘리자베스 켈리가 학교 4층 상담실과 열린교실에서 각각 20명에게 영어회화를 가르치는 것. 수강생은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섞여 있는데 모두 주부다. 오모씨(42·일원동)는 『영어회화강좌에 들어온 뒤에는 아이와 간단한 대화는 영어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주민무료강좌를 시작한 것은 재작년 겨울방학 때. 당시 빈 교실을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주민건강교실을 운영했는데 뜻밖에 호응이 높자 학기중까지 연장하고 과목도 영어회화 등으로 확대한 것. 이 학교 오준환교감은 『학교가 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지역사회와 유대가 두터워지며 학부모에게는 학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자녀상담기회를 제공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방배동 서초전자공고는 지난 4월부터 매주 월 금요일 지역주민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컴퓨터교사들이 방과후에 교내 컴퓨터실에서 인터넷과 컴퓨터통신 윈도95 등을 강의한다. 수강생들은 10세 초등학생부터 78세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반포동 반포중학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서예무료강좌를 올 3월부터 지역주민에게까지 확대하고 과목도 컴퓨터 영어회화 일어회화 소묘 등으로 다양화했다.
서울시교육청 정익효장학사는 『학교는 시설뿐 아니라 인적자원도 확보하고 있어 지역문화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이같은 프로그램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는 학생과 주민 모두의 것이란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