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사회에서 「몸」을 화두로 하여 이야기를 꺼낸 첫번째 사람은 철학자 김용옥선생일 것이다. 그는 『나의 기(氣)철학체계에 있어서 모든 인간의 진리는 「몸」(Mom)이라는 조건을 떠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기철학」의 완성을 위해 몸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대학교수의 신분에서 다시 한의과대의 일개 학생으로 돌아가 한의학공부를 했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 문화계와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몸이야기는 김용옥선생의 몸연구와는 맥이 좀 다른 이야기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몸이야기를 이끄는 철학적 인식론의 주요동력은 이른바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으로 분류되는 미셀 푸코의 담론이다. 푸코는 몸을 권력의 문제와 결부시켜 권력의 작용점이 다름아닌 인간의 몸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감시와 처벌」이라는 저술을 통해 『역사적으로 볼때 몸은 그것에 가해지는 가시적인 고통을 통해서 절대권력의 힘이 과시되는 장소』였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몸은 성(性)이 억압되고 통제되는 사회적 심리적 상황에서 이에 저항하는 중요한 투쟁의 영역이 되었다』고 말한다.
푸코의 이와같은 몸의 정치학은 「감옥에 관한 정보그룹」 창설 및 동성애자옹호운동 등을 통해 현실속에서 구체화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리사회에서 몸이야기를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자극한 것은 페미니즘 계열의 논의들과 프로이트주의 및 빌헬름 라이히의 「성정치경제학」류의 논의,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인간게놈프로젝트」 등과 연관된 분자생물학의 영향 및 인간신체의 사이보그화 등 휴먼웨어의 미래상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에서 몸이야기를 보다 실제적으로 유통시킨 장본인은 몸 그자체였다. 대표적인 예가 「노랑나비 이승희 신드롬」이다. 그에 앞서 영화 「코르셋」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목숨건 다이어트 전쟁도 몸이야기의 생산과 유통에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중학교 여학생이 목에 빨간 머플러를 매고 고등학교 남학생들과 8㎜ 비디오 카메라로 포르노를 찍어 이것을 강남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사서 돌려봐 사회적으로 크게 충격을 주었던 「빨간 마후라」사건도 몸이야기 확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본래 소위 「훈육적 사회」 혹은 끊임없이 길들여지기를 강요하는 권력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권력관계 및 공동체 질서에 대한 비전을 담고자 했던 몸화두가 우리의 경우에는 성의 상품화를 넘어선 몸자체의 자본화논리에 매몰된 감이 적지 않다. 그래서 몸이야기 자체가 몸을 해방시키기 보다는 몸을 또다시 구속하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정진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