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간 교류는 필요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학문융합」 혹은 학제간 연구를 가로막는 한국 대학 내의 장애요인들을 대학인 스스로의 지적을 통해 살펴본다.
▼학과 이기주의〓금속재료공학을 전공한 아주대공대 오흥국교수는 지난해초 모대학 암연구소의 초청을 받았다.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금속결합구조를 의학에서 활용하면 암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이 요지. 그러나 그를 초청한 의사는 동료들한테 「문외한을 왜 초청했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오교수는 『의학 전공자의 발표였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파벌과 인맥〓전자과 출신의 모대학 교수는 올초 프로젝트를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그는 『프로젝트 심사위원들이 전부 제어계측과 출신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며 인맥과 파벌이 진짜 연구를 가로막고 있다고 개탄한다. 여러 학문에 걸친 박사논문을 써도 안된다. 다른 과의 영역을 침범한 논문을 심사할 교수가 없기 때문.
▼이름뿐인 연구소〓대학마다 연구소는 많지만 교수 연구실에 간판만 걸어놓은 경우가 흔하다. 전담 연구인력은 물론 자료실조차 없다. 외부 용역을 따기 위한 소재로 이용될 뿐 체계적인 연구는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한 교수는 『연구실적은 상관없이 「연구소장 이름」을 위해 걸어놓은 경우도 흔한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연구보다 연줄〓체육학과 의학을 아우르는 전공으로 힘겨운 유학 끝에 박사학위를 딴 A씨는 귀국 후 1년만에 시간강사를 청산하고 다시 떠났다. 연구실적을 묻는 대신 사례비와 기여금 몇천만원을 내라는 소리에 질렸다. 그는 『학문간 교류의 선결조건은 먼저 연구실적과 실력을 우선시하는 투명한 교수 임용절차』라고 분개한다.
▼무관심한 대학행정〓합동강좌를 권하는 대학은 많지만 지원이 없다. 수백명이 듣지만 리포트와 준비를 도와줄 조교를 지원해주지 않는다. 외부강사의 강의료도 지원해주지 않아 개인적으로 적당히 처리해야 한다. 통합강좌를 개설했던 한 교수는 『교수개인의 열정 부족이라기보다 변할 줄 모르는 대학행정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한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