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지음/민음사 펴냄>
90년대 들어 각종 담론에서 「몸」이 각광받고 있다. 오늘날의 몸은 광고 모드 대중문화 등에 범람하고,「깃털」이 아니라 당당한 「몸통」으로 대우 받는다.
「몸으로 생각한다」는 90년대 문화의 화두로 떠오른 몸을 사유의 시발점으로 삼고 있는 책이다. 사유, 혹은 생각은 오랫동안 머리(정신)의 전유물로 여겨왔다. 그러나 사유와 행위 모두 공히 「살아있는 몸」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각종 영화는 그의 사유의 촉매제다. 그는 이 영화와 저 영화를 건너뛰며 담론을 전개한다. 때로는 「몸사람」과 같은 어색한 조어, 「시스터 액트」의 나이트클럽을 사회적 무의식의 장소로, 「쇼걸」을 정신 뒤의 숨은 몸으로 해석하는 등의 자의적인 데가 없진 않지만 몸의 권력, 몸의 정치학, 몸에 의해 실현되는 커뮤니케이션을 축으로 하는 몸 담론은 자유분방하다.
이성이 숨을 죽이자 몸이 활개친다. 몸의 활개침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몸이 「삶 속의 좋은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패스포트가 되는 문화」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유력한 자본재인 몸. 몸을 맵시 있게 만드는 것은 일종의 투자. 우리는 몸값이 금값인 몸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몸과 관련한 사업들, 이를테면 화장법 피부관리 성형술 몸매교정 다이어트 헬스클럽 등은 번창하고 「몸학(學)」은 의학이나 생물학의 독점적 범주를 넘어 문학 철학 여성학 문화학으로 번져간다.
몸은 단순한 하드웨어나 정신에 부속된 도구적 객체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그 무엇이다. 심신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몸이라는 열린 개체안에서 하나로 실현된다. 단순한 노동의 도구, 생산 수단이던 몸은 그것을 넘어서서 자기정체성을 실현하는 그 무엇이다. 탄생이나 죽음과 같은 사람으로서의 본원적인 경험도 탈육체화된 정신이 아니라 오로지 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보고, 냄새맡고, 헐떡이고, 떨고, 분노하고, 훌쩍이고, 두리번거리는… 무수한 몸들, 몸짓들. 우리는 두려워할 때 「몸」을 부르르 떨며, 사랑할 때도 「몸」으로 사랑한다. 몸 없으면 공포도, 사랑도, 삶도 없다.
장석주(소설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