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지막 위대한 광대.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 프란코 제피렐리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다리오 포를 평한 말이다.
그의 수상소식을 가장 반겼던 사람 중의 하나가 이 땅의 「문화 게릴라」를 자처하는 이윤택(우리극연구소장)이었다.
『다리오 포의 연극은 세련된 서구 모더니즘연극과 궤를 달리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싱싱한 난장의 언어, 거친 일상어, 욕설…이탈리아 민중극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정치 사회적 쟁점을 신속하게 연극적으로 수용하는 풍자와 비판정신이 있다』
이윤택은 「문학사상」 11월호에 기고한 「다리오 포 와 한국연극」을 통해 거칠고 살아있는 「말의 연극」의 존재를 강조했다. 한국의 다리오 포 같은 존재이고자 하는 그는 자신의 연출작 「파우스트」(17일 국립극장 개막)에서 사회와 역사 민중에 대해 시퍼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는, 그리하여 거침없이 그것을 뱉어내는 말의 연극을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통적, 사실주의적, 세련된 연극으로 다뤄져온 이제까지의 「파우스트」와는 사뭇 다른 해석이다.
서울 대학로의 하늘땅소극장(02―747―9393)에서는 다리오 포의 연극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안 내놔 못내놔」가 「돈내지 맙시다」라는 제목으로 공연되고 있다. 극단 진이 8월말부터 무대에 올렸는데 지난달 다리오 포의 수상이 전해지면서 관객이 부쩍 늘어났다.
무대는 이탈리아 변두리 공장지대, 초라하기 짝이 없는 노동자의 아파트. 물가폭등에 악이 받친 아줌마들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친다. 경찰이 가택수색을 나오자 이들은 물건을 몸에 숨기고, 삽시간에 온동네 여자들이 임신한 여자가 되어 경찰과 쫓고쫓기는 사태가 벌어지는데….
상황 그자체로도 웃기지만 그 뒷면에 숨어있는 풍자와 비판이 날카롭기 그지없다. 경찰이 자기 입으로 『호각에 따라 움직이는 내 모습은 정말 짜증이 나요. 비상, 출동하라, 체포하라…아니 이게 사람이야? 개새끼지!』 하고 공권력을 비난하는가 하면, 끝내 노동자들이 『더는 정부의 알량한 공약이나 야당의 구호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 이젠 우리가 행동하고 바꿔놔야 하는 거야』 하며 주먹을 불끈 쥔다.
90년 산울림소극장에서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를 공연했던 연출자 채윤일은 내년 1월초 이 작품을 다시 선보이기 위해 안석환 정재진 등 배우와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현대문학」11월호에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등) 당시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적 상황과 너무나 흡사해 경탄을 금치못했던 기억이 새롭다』며 『한 집단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작 은폐 속임수를 쓰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구조적인 범죄가 벌어지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다리오 포 연극의 묘미』라고 평했다.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