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만이 하는 생리는 누구나 부러워하고 자랑스러운 남성다움의 상징이 될 것이다. 소녀들이 당황과 수치심으로 초경을 맞는 것과는 달리 집집마다 소년들에게 초경 축하잔치를 열어준다. 국가에서는 생리기념일도 제정하고 남성들에게 평생 생리대를 지급해 줄 것이다. 브래드 피트탐폰, 파바로티패드 같은 이름의 생리대들이 등장한다…」.
페미니즘도, 성(性)에 대한 새로운 제안도 아니다. 전여옥 임정애 공저 「여성이여, 느껴라 탐험하라」(푸른숲)는 남성우위의 의식구조를 「남성이 생리를 하게 되면」 벌어지게 될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통해 꼬집는다. 여성이 자신의 몸, 성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정한 독립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남녀불평등 구조를 비판해 온 기존의 저서들과는 많이 다르다.
여자에게만 인간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우리 사회의 결혼, 남자의 보호 본능을 부추기기 위해 한사코 적게 먹어 하늘하늘 가는 몸매를 유지하는 「착한 여자」들, 성폭행당한 것을 비관해 자살한 여대생의 정조관념을 칭송한 언론….저자는 여성의 성에 대해 수치심과 열등의식을 심어준 가부장제 사회를 비판하면서 21세기에는 남성위주의 결혼제도가 붕괴하리라고 예견한다.
주체적 성의식과 함께 성에 관한 지식과 정보도 구체적으로 소개돼 실질적인 지침서 역할을 해준다. 「모든 어머니는 신이다」란 제목으로 실린 전씨의 임신 및 출산일기와 그의 주치의이자 공저자인 임씨의 진료차트는 생명을 창조하는 여성의 위대함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유감스럽게도 더 이상 남자를 강렬히 유혹할 수는 없겠으나 한편으로는 남자의 필요성에서 해방된 편안하고 안정된 몸이었다.… 늘어지고 부풀려지고 큰 상처를 얻은 나의 몸. 그러나 이몸은한생명을 이 세상에 내보낸 드넓은 대지이며 거름이며 깊은 우물이며 커다란 우주였다」(출산후 벗은 몸을 거울에 비춰보며).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