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5월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두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걷기를 다시 배우면서 아이는 거의 1년만에 일어섰다.
올해 4월 아이와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아이의 밝은 얼굴과 자연스러운 동작은 바로 감격이었다.
작가 오병욱씨(39·원광대 교수)가 최근에 겪은 경험. 그가 이를 그림으로 그려 전시회를 마련했다.타이틀은 「북한산―길, 봄으로 가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이콘(02―516―1503)에서 26일까지 열리고 28일∼12월5일 서초구 서초동 한원미술관(02―588―5642)으로 이어진다. 오씨는 『산을 소재로 가족의 소중함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한산과 그 길은 여러 모습. 어려운 고비길이 있는가 하면 쉴만한 경치도 있고 완만한 내리막길도 있다. 오씨가 그린 산들은 생생한 계절의 변화를 담고 있다. 빛과 색을 잃고 죽은 듯이 서 있는 겨울산, 눈과 얼음이 녹아 다시 흐르는 물, 봄기운에 돋아난 여린 싹, 보라색 진달래꽃…. 상당수의 작품에는 등산길에 나선 아이와 가족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는 한국근현대회화사의 거목인 오지호화백(82년 작고)의 손자로 오승우화백의 장남. 이론쪽에도 밝아 「광복 후의 미술운동」 등 여러편의 논문이 있다. 그는 『우리 미술은 아직도 너무 서구지향적』이라며 『앞으로 한국적인 것을 찾는데 나름대로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영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