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사각의 링처럼 보일 때가 있다. 어찌보면 삶이란 적과 싸우거나 자신을 망치는 일이 전부가 아닐까 생각되는 순간. 죽도록 피흘리며 싸워보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극단 몸의 「링」은 삶이란 일종의 격투기 현장이라는 전제로 시작된다. 무대에 차려진 링에서는 진짜 권투장갑을 낀 연극배우들이 서로 조금도 봐주지 않고 주먹을 날린다. 우리의 주인공 기찬(김신일 분)은 번번이 챔피언에게 다운당하고, 연극이라 그런지 그래도 기를 쓰고 일어나 주먹을 휘두른다. 그러면서 어렵게 살아온 형제들을 떠올린다.
고아로 자란 삼남매. 연거푸 고시에 떨어진 형은 강도가 되고 밤무대가수로 떠돌던 예쁜 여동생은 사생아를 낳다가 죽는데 기찬은 수없이 난타당하다 결국 무릎을 꿇고….
「링」을 쓰고 연출한 박홍진씨는 권투기합과 일상생활이 동시에 보여지는 「카메라 연극」기법을 들고 나왔다. 전체 프레임 속에서 어느 한 부분이 클로즈업되는 TV화면 처럼.
28일까지 평일 오후4시반 7시반, 토 일 공휴일 오후3시 6시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45―4596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