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모든 여자들의 꿈이다.
피곤에 전 아내의 발을 씻어주고, 황홀한 꽃의 무리를 혼자 보기 아까워 한밤중에 연인에게 달려오는 살뜰한 사랑. 마침내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남은 이만을 걱정하는 극진한 남자. 『바람 한점 없는 뜨거운 사막에 너만 남겨놓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어…』
영화 「편지」의 주인공 조환유(박신양 분)가 젊은 연인들을 울리고 있다. 사랑의 깊이보다 현실의 두께를 재고, 받은 상처만큼 되돌려주고 싶어하는 때묻은 사람들은 그의 맑은 사랑에 운다.
평생에 단한번이라도 그런 사랑을 만날 수 있다면 많은 것을 희생할 수 있으리라. 행여 지상에는 없는 사랑이라고 하지 말자. 조환유는 몇년전 여성월간지에 난 주부의 수기에서 따온 인물이므로….
그도 연인에게 해주지 못한 것이 있다. 한번도 편지를 써보지 않은 조환유는 생일에 편지를 받고 싶다는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다. 그 안타까움은 하늘에서 띄우는 편지로 실현된다.
16세 로미오의 불꽃같은 사랑도 아니고 영화 「결혼이야기」의 티격태격하는 신세대 사랑도 아닌, 온화하고 인내하는 사랑. 고전적인 다른 한국 영화처럼 여성 또는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미화한 사랑이 아니어서 좋다. 낯모르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함께 하기로 서약하고 짧은 시간 나눈 사랑, 그 애틋함이 관객을 울린다.
박신양은 『조환유는 강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내성적이고 약한 사람이다. 그는 한번도 자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주고 싶었고,자신의 사랑을 최고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의 모습을 소박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박신양 역시 아직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했지만 비슷한 마음이 든 적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러리라고 본다.
영화는 처음부터 조환유의 죽음을 예고한다. 그러나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 사랑이 시작되고 추억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박신양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또 촬영을 하면서 울었고, 마지막으로 비디오 편지를 보내는 장면은 10여분간 NG 한번 없이 한편의 연극처럼 엮어 스태프를 모두 울렸다.
『마침 펑펑 울고 싶던 차에 이 영화가 나왔다』는 어떤 관객의 말처럼 울고 싶은 세상 때문인지, 아니면 순수한 감동이란 늘 시대를 초월하는 것인지 알수 없다. 어쨌든 조환유를 보려는 사람들 때문에 요즘같은 불황에도 영화 「편지」는 연일 매진 사태를 빚고 있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