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창문을 넘어 들어오면 사랑은 방문을 열고 나가 버린다. 어느 시인이 말했습니다. …누가 이들을 동아줄로 꽁꽁 묶어 둘 수 있는 사람 없나요』
화가는 화폭위에 삶을 꾸미고 그림으로 시를 쓴다.그래서 어느 시인은 그림을 「침묵의 시(詩)」라고 했다.
중견 삽화가 강인춘의 일러스트 메시지북 「사랑하니까 그리는 거야」(인터미디어 펴냄)는 독자가 완성하는 책이다. 책을 펼치면 한 켠에 성냥개비에 먹물을 찍어 그린 삽화들이 자리잡고 있을 뿐 나머지는 비어있다.
이따금 가슴을 적시는 글귀들도 숨어있다. 빈 공간은 독자들의 사색을 위한 배려다. 문득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누군가 그리울 때 채울 수 있도록. 성탄절 연말연시 선물로도 좋다.
강씨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미술부장을 거쳐 현재 편집위원으로 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