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중국현대사 기행-다시쓰는 열하일기」

  • 입력 1997년 12월 4일 08시 16분


[연현배 지음/지식공작소 펴냄]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외국에 문호를 닫고 있던 조선말엽에 쓴 청나라 기행문이었다. 1780년 북경까지 가는 길에 곳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당시 조선 사회제도와 양반사회의 모순을 신랄히 비판했다. 그로부터 2백여년 후. 내일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연현배씨가 최근 7년간 네차례의 중국기행을 토대로 「중국현대사 기행―다시 쓰는 열하일기」(지식공작소)를 펴냈다. 전3권,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등 극동 러시아를 경유하여 중국 흑룡강성 길림성 요령성 산동성 하북성 등의 명소와 깊은 산간오지를 누볐다. 『중국은 곧 동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중국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해야 합니다. 중국에 대한 뿌리깊은 정신적 사대주의나 낭만주의는 금물입니다』 따라서 그의 시각은 차갑다. 중국 역사와 문화가 지니는 거대한 두께에 대한 외경이나 감상에 치우치지 않는다. 중―러 국경지대인 아무르강에서 조선군의 나선정벌과 이곳에서 꽃다운 나이에 숨져간 한인 여류 볼셰비키, 알렉산드라 김의 생애를 떠올리며 이야기는 출발한다. 연해주 두만강 북간도를 거쳐 하얼빈에서 안중근을 추모하고 곡부에서 공자를 돌이킨다. 태산에서 하늘에 올리던 천자의 제사를 회상한 뒤 진시황 유적과 실크로드의 기점인 서안까지 둘러본다. 도시 풍경보다는 여행도중 마주친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중심 내용. 가는 곳마다 들끓는 사기꾼, 더러운 거리와 사람들. 명소는 낙서로 뒤덮이고 사람들은 돈을 좇아 부유한다. 그러면서도 공안당국에 얽매인 중국인들. 『중국은 사회주의를 위해 인간을 도구화했습니다. 폐쇄된 체제속에 인간성이 황폐화됐습니다. 지금도 언로는 막혀있고 지배체제에의 도전은 용서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경제활동과 소비활동에 대해서는 자유를 허락했습니다. 뭐든지 돈을 중심으로 하는 분위기죠. 여기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단 중국의 현상황을 보고 느낀 대로 솔직히 적어나간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사회에 대한 간접경고도 깔려있다. 『얼마전까지 중국은 이념을, 지금은 돈을 최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인본주의와 거리가 먼 정책의 폐단을 똑바로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중국이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 개발의지도 경계해야 합니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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