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난 책읽기가 좋아」시리즈

  • 입력 1997년 12월 12일 20시 16분


초콜릿이 두줄이나 들어간 점보 초코빵.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한입 베어물려는 순간 압델이 나타났다. 『클레망, 나 조금만 떼어주라』 나는 나눠 먹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그러나 압델은 힘이 세다. 터키 군인처럼 힘이 세다. 그러고 보니 압델은 터키 사람이다. 머리속으로 바쁘게 생각이 오고 간다. 『자, 노력해보자.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착한 일이지』 그래서 나는 초코빵 반쪽을 떼어서 그애에게 주었다. 그 다음날 간식 먹을 때가 되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학교 뒤뜰로 향했다. 숨어서 먹으려고 그런건 아니고…, 솔직히 겁이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착한 일을 매일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러나 압델은 내가 초코빵을 한입 베어물 새도 없이 나타났다. 『내놔. 안 내놓으면 얼굴에 한 방 먹인다』 그리고 한술 더 뜬다. 『너, 내일도 잊어버리고 안 가져오면 재미 없을 줄 알아』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잔뜩 겁에 질려 있다. 아무한테도 말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창피하다. 그러다 내 친구 피에릭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는 무지무지하게 화를 냈다. 압델을 불러 세우더니 이렇게 다그쳤다. 『야, 이 도둑 같은 자식아! 너, 이제 클레망 못살게 굴지마. 알았어! 먹고 싶으면 집에서 가져오면 될 것 아냐』 그러고 나서 압델은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압델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초코빵을 천천히 씹어 먹었다. 복수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재미는 없었다. 「쟤도 배는 고플텐데…」. 나는 그애에게 다가갔다. 먹던 빵 한조각을 떼어 나눠 주었다. 압델은 싫다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거지인 줄 아니?』 『그 대신 너도 나에게 뭘 주면 되잖아』 『난 줄게 아무것도 없는데…』 침묵이 흘렀다. 난 더 먹을 수가 없었다. 압델의 눈이 잠깐 반짝 하고 빛났다. 비룡소에서 「난 책읽기가 좋아」시리즈로 펴낸 「너, 그거 이리 내놔!」. 아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 속에 큰 즐거움과 깊은 감동을 담았다. 아이들만의 독특한 시각이 앙증스럽다. 톡톡 튀는 재치가 넘친다. 이번에 함께 나온 다른 생활동화도 제목부터 깜찍하다. 남 앞에 서기를 유달리 두려워하는 아이의 심리를 그린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 선생님을 짝사랑한 나머지 선생님이 빨간 색연필로 써주는 「잘했어요」라는 글씨를 뽀뽀 같다고 말하는 「선생님하고 결혼할거야」. 그리고 입양(入養)사실을 알고 고민하는 아이를 다독거리는 「너, 누구 닮았니?」. 동화의 줄거리를 감싸안듯 따뜻한 정감이 퍼져나가는 컬러 삽화. 여기에 불문학자인 최윤정씨의 군더더기 없는 번역이 원작의 분위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그 일이 있은 뒤, 압델은 선생님을 찾아가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 압델은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학교에 왔다. 그리고는 봉지에서 귀여운 금색 주전자와 가스버너, 찻잔 등을 차례로 꺼냈다. 주전자에다 물을 담은 뒤,버너에 불을 붙이고 한참을 끓였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압델. 겸연쩍은 듯 웅얼거린다.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하거든…』 압델은 컵 하나하나에 박하 이파리를 하나씩 넣었다. 그리고 주전자를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면서 뜨거운 물을 일일이 따랐다. 그리고는 애들한테 한잔씩 나눠주었다. 잔을 건네줄 때마다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조심해, 뜨겁거든…』 이제, 할 말은 확실히 해야겠다. 박하잎을 넣은 차는 정말 맛―있―다. 우리반에서는 토요일마다 박하차를 마신다. (비룡소 펴냄)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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