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경쟁」에서 「제품다양화」시대로.
티타늄 등 첨단소재 덕분에 2백야드 이상의 드라이버샷을 어렵지 않게 날릴 수 있는 요즘, 「비거리」는 더 이상 핫이슈가 아니다.
이에 세계적인 골프클럽 메이커들은 판매전략을 「제품다양화」로 급선회하고 있다. 전속계약 프로선수들이 누리는 「맞춤채의 만족」을 일반 고객에게도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제원을 갖춘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것.
똑같은 제품처럼 보이지만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채는 일반 판매용보다 5배 이상 제작비가 비싸다. 해당 프로의 신체조건과 헤드스피드에 맞게 각종 테스트를 통한 데이터를 근거로 헤드로프트와 라이, 샤프트강도와 길이를 특별히 제작했기 때문이다.
「쩨보」는 최근 헤드의 크기와 로프트, 샤프트의 강도와 길이를 다양하게 조합한 3천8백16가지의 드라이버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타이틀리스트」는 9가지 크기의 그립을, 「맥스플라이」는 95가지 샤프트를 이미 시판중이다.
이전에 제작된 아이언의 헤드라이(샤프트 중심선과 소울이 이루는 각도)는 불과 3가지. 샤프트 강도는 4,5가지이며 번호별 샤프트길이는 6가지 정도로 한정돼 있었다.
골퍼들의 신체적 조건과 체력은 천차만별인데 제품은 한정돼 있으니 「옷에 몸을 억지로 맞추는 꼴」이었다.
미국의 골프채 수리업체인 「헨리&그리피츠」가 최근 4천4백13명의 주말골퍼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사용중인 아이언이 자신의 신체조건과 파워에 딱 들어맞는 경우는 불과 3%.
값비싼 외제골프채로 바꿨지만 큰 효험을 보지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외국인 평균 체형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데다 선택의 폭도 넓지 못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세계골프계를 주름잡았던 「골프황제」 바비 존스(미국)는 자신에게 맞은 드라이버 샤프트를 찾기 위해 무려 5천개의 「히커리나뭇가지」를 사용해 봤다고 한다.
「90타를 깨지 못하는 것은 연습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지금 사용중인 골프채가 당신에게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년 시즌 외국 유명골프채 메이커들은 이런 광고문안으로 골프채 주요 수입국인 한국을 공략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지만 국내 골프광들이 이처럼 달콤한 유혹을 쉽게 떨쳐낼수 있을지….
〈안영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