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나무껍질과 톱니바퀴처럼 생긴 길쭉한 잎을 가진 굴참나무. 마음씨도 생김새만큼이나 참, 넉넉하다. 그래선지 굴참나무엔 온갖 새들이 날아든다.
어느날, 머리 꼭대기가 붉어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오색딱따구리 한마리가 날아왔다. 『굴참나무 아저씨, 나도 여기에 집을 지으면 안될까요?』
산비둘기와 꾀꼬리는 극력 반대. 『오색딱따구리는 싫어. 아침부터 목탁 두드리는 소리를 내잖아. 여기저기다 보기싫은 구멍을 잔뜩 내놓질 않나』
굴참나무가 빙그레 웃는다.『찾아온 손님을 내쫓을 수야 있나』
…, 언제부터인가 굴참나무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던 푸른 잎이 누렇게 말라갔다. 물기 없는 껍질이 푸석푸석 떨어져내렸다.
새들도 하나 둘 떠나갔다. 끝까지 남은 오색딱따구리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어디 아프세요?』 『음, 내 몸에 나쁜 벌레가 들어와 병이 든 모양이야. 걱정말고 너도 어서 떠나거라』
순간, 오색딱따구리는 이 곳에 왔을 때 자기를 따뜻하게 맞아주던 굴참나무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글썽해진다. 『아저씨를 모른 체 할순 없어요. 제가 아저씨 몸에 있는 나쁜 벌레를 몽땅 잡아 드릴게요』
딱 따 따다다 딱, 따다다…. 깊은 산중의 고요함을 깨고 오색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멀리 멀리 퍼져 나간다.
동화작가 백영현씨의 「굴참나무와 오색딱따구리」(사계절 펴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각양각색의 동물과 식물들이 나름대로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예쁘게 담은 명작이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