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이 지휘하는 아시아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첫 음반을 내놓았다. 수록된 작품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과 헝가리 무곡 5번. 지난 1월3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창단연주회 실황녹음이다.
정명훈의 전속계약사인 독일 도이치 그라모폰(DG)사는 이 음반을 시작으로 아시아 필하모니가 연주한 음반을 매년 1장씩 발매할 계획이다.
아시아 필하모니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지역 8개국 교향악단 단원들로 구성된 비(非)상설 관현악단. 지난 1월 창단연주회를 도쿄와 서울(동아일보사 주최)에서 가졌다. 98년부터는 매년 2회씩 정기연주회를 갖고 아시아 출신의 신예연주가 소개, 아시아 작곡가의 새 작품 발굴연주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창단연주회에는 NHK교향악단 등 일본 연주가들이 주축을 이뤘지만 앞으로 한국 일본 기타지역 단원을 4대4대2정도로 배분할 계획. 이 계획이 실현되면 「절반의 한국악단」이 세계 최고명성의 음반사중 하나인 DG사에서 정기적으로 음반을 내놓게 되는 셈이다.
여러나라 연주자들이 단 몇주일만에 앙상블을 쌓아올린 창단연주회 실황인 만큼 첫음반에서 완벽하게 짜인 합주력은 기대하기 힘든 일. 특히 현악파트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은듯이 보인다. 비단처럼 매끄러운 질감이나 한 악기처럼 통일된 음색을 찾을 수는 없다.
더욱 아쉬운 점은 집중적인 다이내믹(강약대비)의 묘미다. 한 포인트에 힘을 집중시키는 폭발력이나 단숨에 숨을 죽여 숙연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성숙된 표정이 아쉽다. 지휘자의 손끝에 악단이 속속들이 반응할 만큼 서로를 익히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지휘자는 이런 결점을 충분히 의식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특별한 전략을 만들어냈다. 템포에 충분한 여유를 두어 브람스 특유의 정감이 넉넉한 공간으로 퍼지도록 하고 집중된 통일감보다는 유장한 기복이 시야를 넓게 만드는 브람스상을 만들어낸다.
한번에 귀를 끌어당기기보다는 두고 두고 들어도 귀가 피곤해지지 않을만큼 넉넉하고 감동적인 4악장 「코랄」이 펼쳐진다.
녹음은 「최상」으로 꼽기 어려운 편. 잔향이 다소 부자연스러우며 투명감과 「해상력」이 부족하게 들린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이 가진 따스함 등 장점은 거의 살지 않는 반면 작은 단점이 더욱 크게 앞으로 나선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