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년(戊寅年) 호랑이 해의 첫 아침이 밝아온 1일 오전 7시반경.
강릉 경포대(鏡浦臺)와 정동진(正東津)바닷가 두곳에는 98년 첫날의 해돋이를 맞기 위해 13만 인파가 몰려들어 간절한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조그만 섬유업체를 경영하고 있다며 경포대의 10만 인파속에 섞여 있던 이길용(李吉龍·48·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씨.
“60여명의 직원이 7명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너무도 고통스러운 한해였어요. 밤새 차를 달려 다다른 바닷가에서 아내와 손을 꼭 잡고 다짐했습니다. 호랑이가 포효하듯 힘차게 다시 일어서자고 말입니다.”
경포대 앞바다에 맨 몸으로 뛰어 들며 새해의 각오를 다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윤원(尹瑗·52·강릉대 자연대 행정실장)씨는 “우린 좀 더 강인해져야 한다”며 겨울바다의 파도에 맞서 ‘수영쇼’를 펼치기도 했다.
경포대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정동진의 자그마한 시골 간이역에도 3만여명의 해돋이 인파가 몰려 들었다.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이곳은 차량이 넘쳐 오전 10시경까지 도로가 마비 상태.
대구에서 9시간 걸려 도착한 이춘섭(李春燮·25)씨와 친구 신인영(申仁映·〃)씨는 ‘저 불타는 태초의 햇살과 마주서는 기쁨을 아는가’라고 적힌 정동진시비 앞에서 새해 아침을 힘차게 맞았다.
‘해돋이 겸 장애인 경제살리기 결의대회’에 참여한 장애인 3백여명은 국산품애용운동 등을 결의하며 경제회복을 기원했다.
김진동(金震東·54)역장은 “해돋이 인파가 예년의 두배 이상 늘었다”며 “새해 처음으로 솟는 해를 바라보며 국제통화기금(IMF)한파와 불경기 극복을 기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흐린 날씨 탓에 일출의 장관은 볼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희망과 기원을 동해에 띄워 보냈다. 바다는 호랑이의 포효같은 파도소리로 그들의 기원에 화답했다.대전에서 온 미국인 세릴 맥넌트(여·학원강사)는 ‘인산인해’를 이룬 해돋이 행렬에 대해 “새로운 도약을 향한 한국인의 거대한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강릉〓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