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아가, 오늘 바느질을 하려는데 꿰맬 것 있으면 가져오너라.”
오랜만에 바느질감을 찾으시는 시어머님의 부르심에 그동안 서랍 속에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구멍난 양말이랑 실밥이 터진 바지들을 들고 건너가니 흡족한 표정으로 일감을 챙기신다. 여든이 가깝지만 바늘귀만 끼워드리면 구멍난 양말이며 실밥이 터진 바지들을 꿰매시는 걸 낙으로 생각하신다.
10여년 전 처음 시집왔을 땐 그렇게 양말을 꿰매 신으시는 시어머님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루는 구멍난 양말을 습관처럼 쓰레기통에 던졌다가 시어머님께 혼쭐났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새 며느리의 표정을 보시더니 말없이 그 빨간색 양말을 주워들고 노란 헝겁을 덧대 꿰매셨다.
그리고는 다시 신으라고 던져주셨다. 시어머님의 명령을 어길 수 없는 새 며느리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신으면서도 남들 앞에 설 때면 늘 알록달록한 양말을 감추느라 바빴다. “도둑질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느냐”는 시어머님의 훈계도 뒷전이었다.
하지만 계속 신다보니 어느새 부끄러움을 잊어버리게 됐다. 오히려 시어머님의 사랑을 신는다는 생각에 행복해졌다. 그러면서 신다가 구멍난 양말을 깨끗하게 세탁해 모아두는 습관이 몸에 뱄다. 오늘처럼 바느질감을 찾으실 때 드리면 알록달록 예쁘게 꿰매주신다.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지자 너도나도 ‘경제를 살리자’고 부르짖는다. 하지만 구멍난 양말 한켤레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다시 꿰매 신는 검약생활을 손수 실천에 옮기는 시어머님이 누구보다도 위대해 보인다.
추운 이 겨울도 시어머님의 정성이 스민 양말로 따뜻하게 보낸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조순자(경북 김천시 조마면 신안2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