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절약형 상품에 생존을 건 승부를 하고 있다.
절약형 제품 개발을 위한 전담팀을 만든 기업도 있다. 이미 일부 업체는 ‘IMF형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광고 공세에 나섰다. 가장 앞장선 업종은 내수부진으로 시달리고 있는 가전과 자동차업계. 자동차부품 에너지기기 통신업체 등도 적극적이다.
▼가전업계〓불필요한 기능을 빼버린 ‘단순 저가형’모델과 여러 제품의 기능을 합친 ‘복합형’모델이 주류를 이룬다.
삼성전자는 최근 냉장고와 TV 모델을 고가형 중심으로 30% 가량 줄이는 작업에 들어갔다. △예약녹화 △한 화면 2개 채널 시청 △와이드 등 부가기능을 뺀 단순 저가품을 늘린다.
LG전자는 최근 물이 나오는 기능을 지닌 고급 냉장고를 지난달 단종했다. 대신 냉방 능력이 비슷하면서 가격은 20만∼30만원 낮은 98년형 에어컨을 선보였다. 컬러프린터 복사기 팩스 등 6가지 기능에 가격은 훨씬 저렴한 복합 사무기기도 최근 내놓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부가 기능을 빼면 모델별로 30만원 이상 싸진다”고 말했다.
가전3사는 초절전형 냉장고 개발을 위한 전담팀을 꾸렸다. 절전형 컴프레서와 신소재 방열재 등을 개발, 늦어도 내년까지 30%이상 전력사용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계획.
▼자동차업계〓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말 ‘린번엔진’을 채용한 엑센트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 4일에는 기존 아토스 고급형 모델에서 파워윈도 휠커버 등을 빼고 40만원가량 싼 절약형 모델을 선보였다.
린번엔진은 연비를 17%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엔진으로 통상산업부와 업계가 ‘G7 사업’으로 개발했다. 현대와 함께 참여한 기아자동차도 이 엔진을 올해 일부 모델부터 적용한다. 기아는 직접 분사방식과 알루미늄을 재질로 해 연료효율을 높일 수 있는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올해초부터 선보였다.
중소 자동차 부품업계들도 연료절감 장치를 속속 내놓는 중이다. 웅진코웨이개발과 성원그린골드 등 업체들이 이달부터 이러한 제품 출시에 들어갔고 동종의 제품개발이 잇따를 전망.
▼에너지기기·통신업계〓벤처기업인 기인시스템은 사업용 보일러의 연료인 벙커C유의 연소효율을 3%이상 높일 수 있는 절약형 보일러 자동제어시스템을 지난달 개발했다.
5∼50t 보일러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7백92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기인시스템은 올해부터 이 제품을 상용화한다.
신세기통신과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아이네트가 IMF형 상품으로 ‘이동 인터넷폰’을 개발했다. 국제전화를 걸때 인터넷폰에 연결해 일반전화보다 30∼60% 싼 요금이 부가되는 서비스로 3월경 유료화한다.
백화점 할인점에도 ‘IMF코너’가 속속 등장해 절약형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