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난 지난밤에도/창문 커튼을 열어놓고 잤다오/그러면 창너머 흘러드는 달빛에/당신이 내 꿈 속으로 찾아올 줄 믿었다오’.
한 귀순자가 북한땅에 두고온 아내와 두 딸을 그리는 절절한 마음을 시집으로 펴냈다. 94년4월 귀순한 김대호(金大浩·39)씨의 ‘가장 슬픈 날의 일기’(동해 펴냄).
그는 군복무중 귀향열차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분단민족의 고통과 슬픔을 소박한 시어로 나직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들려준다. 함남 단천출신으로 북한원자력공업부 남천화학연합기업소에서 근무하던 김씨가 북한체제에 회의를 갖게 된 것은 94년 수산물수출 상담차 중국을 방문하면서부터. 그가 중국에서 체험한 남한은 ‘헐벗고 굶주린 거지의 나라’가 아니라 중국과 어깨를 겨루는 ‘선진문명의 나라’였다. 그는 자신의 심적 갈등을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았고 편지내용이 보위부의 검열에서 발각돼 중국땅에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결국 그는 한국으로 귀순했다. 지난해 자전소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북한에서 기업소의 기동예술선전대장직을 맡아 뮤지컬과 연극대본을 썼다. ‘천리마’ ‘민주청년’ 등의 잡지에 수시로 시와 수필을 쓰기도 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보니 아내와 두 딸이 황해도 평산에서 광산촌으로 추방당했다더군요. 통일의 그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튼 건강해야 할텐데….”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