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코믹영화 「빈」주연 로완 앳킨슨

  • 입력 1998년 1월 6일 07시 37분


지난해 여름 영국을 기점으로 구미의 박스오피스를 차례차례 석권한 코믹영화 ‘빈’이 국내상륙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의 성공은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 로완 앳킨슨의 요절복통(腰折腹痛)―허리를 꺾고 배를 잡게 하는―연기에 크게 힘입었다. 앳킨슨은 ‘웃음은 긴장을 깰 때 터져나온다’는 희극 원리를 아는 배우다. 그가 자아내는 웃음은 엄숙한 권위를 조롱하는 쪽보다는 자의식으로 가득찬 소시민의 내면을 어리숙하게 드러내는 쪽이다. TV극 ‘미스터 빈’은 주로 서민들의 이기심을 애교스럽게 고백한 에피소드였고 영화 ‘빈’은 어수룩한 미술관 직원의 실수연발담이다. 영화 속 그의 차림새는 TV와 마찬가지다. 짧은 샐러리맨 헤어스타일, 목에 꼭 끼는 넥타이, 발목을 훤히 드러낸 짧은 바지, 팔꿈치에 가죽을 덧댄 양복…. 그러나 여기에 ‘특수효과’라 해야 할 안면근육 통제,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 보디랭귀지로 심경을 터뜨리는 바보스러움, 허례(虛禮)를 갖추려는 ‘눈 가리고 아웅’이 보태지면 웃음이 터진다. 영화에서 빈은 영국 왕립미술관 퇴직후보 1순위. 걸작 ‘휘슬러의 어머니’ 전시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그의 발이 닿는 곳마다 공항 미술관 병원 가릴 것 없이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로 변한다. 그의 웃기기에는 징그럽고 역겨운 것도 있다. 전기면도기로 하는 혓바닥 청소, 맹렬하게 코풀기, 구토물이 든 봉지 터뜨리기, 팬티 다림질, 젖은 사타구니 말리기, 명화 앞에서 재채기 등은 사실상 ‘저능아의 실수연발’이어서 보는 이에 따라 어이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의 이력은 저능아가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어린 시절 무면허로 트레일러를 몰아 부모에게 스릴러영화의 한 장면을 선사했는가 하면 장래 영국총리가 될 토니 블레어와 친하게 지내왔다. ‘가방 끈도 고급’이어서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이번 영화는 감독 각본 주연 모두 옥스퍼드대 출신이 맡아 만들었다. 특히 각본을 쓴 리처드 커티스는 오늘날의 그를 만든 극작가로 꼽힌다. 앳킨슨은 83년 시추에이션 드라마를 통해 커티스와 만났으며 89년 ‘미스터 빈’에서 의기 투합, 세계적 상종가를 올렸다. 물론 앳킨슨의 이전 경력도 화려했다. 78년 작품 ‘9시 뉴스가 아닙니다’로 ‘BBC의 인물’로 선정된데 이어 83년에는 국제에미상, 에이스상, 영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해 또다시 ‘BBC의 인물’로 올랐다. 그는 이제 뚜렷한 외길로 접어든 듯하다. 영화 개봉 후 “앞으로 고상한 배역을 맡을 생각은 없는가”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배우는 하나의 성공적인 캐릭터로 족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찰리 채플린을 존경한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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