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아원을 찾는 걸 처음엔 다들 두려워해요. 애들이 어둡고 침울해 할까봐 지레 걱정도 하면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죠. ‘도와준다’기보다는 그저 같이 놀아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탤런트 변우민(34)은 쾌활하게 말문을 연다. 그러나 7년 전엔 그도 한 외국인 친구의 손에 이끌려 이곳 서울 수유동의 한빛맹아원을 찾았다. 어색했던 마음이 밝게 인사하는 세 꼬마의 미소를 보고 풀렸다. 이젠 사춘기 소녀로 커버린 하련(중2) 우영(중1) 미령(중1). 그날로 그는 그들의 ‘삼촌’이 됐다.
스케줄에 따라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아이들을 만났다.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그냥 놀았다. 여름에는 친구들을 몰고와 아이들과 물놀이를 가기도 했다. 그러던 92년 병역기피문제가 터졌고 실연도 이어졌다. ‘세상엔 나혼자’라는 생각. 그때 세 아이들이 힘이 돼주었다.
“순수한 아이들과 놀다보면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이 참 편해져요. 이곳을 알고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죠. 상처를 다독여 다시 삶을 긍정적으로 보게 됐으니까요.”
처음 2,3년은 이것저것 많이 사다줬는데 어느날 마음을 바꿨다. “이번엔 뭘 사왔나”하며 곧바로 선물을 뜯어보는 모습을 보고는 아이들이 남의 도움을 너무 당연시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다음부터는 1년에 딱 한번, 크리스마스에만 아이들이 가장 필요하다는 선물을 준다. 그것도 아주 힘들게 장만한 것, 그에겐 매우 소중한 것이라는 말을 꼭 덧붙이면서. 약속 날짜나 시간도 정확히 해두지 않고 “그때쯤에 갈게”라고만 한다. 혹 약속을 못 지키게 되면 아이들의 실망이 클까봐서다.
“맹아원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요.”
변우민은 지난 크리스마스의 썰렁했던 분위기를 전하며 안타까워했다.
〈윤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