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자]선물-경조사부터 「거품 빼기」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03분


미국 뉴저지주 하이랜드파크의 윌리엄 힐(52·컴퓨터엔지니어). 연봉 5만달러(약8천5백만원)를 받는 중류층 가장. 그는 지난해 선물비로 6백여달러(약1백2만원)를 썼다. 아내(42)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3백달러짜리 금팔찌, 작은 아들(9)의 생일 선물로 2백50달러짜리 게임기 ‘슈퍼닌텐도’를 사줬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스승의날 선물비는 각각 20달러 이하였다. “미국인들은 특별한 뜻이 담기지 않은 선물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말. 경조사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친한 벗의 결혼식 때도 ‘들러리’로 참석하는 경우 옷값과 선물비가 드는 게 고작”이라고 그는 소개한다. 우리는 어떤가. 체면치레로 주고받는 형식적인 선물과 ‘선물성 비용’인 경조사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재작년부터 코오롱 포항제철 등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명절 선물 안받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H그룹 C차장(43)은 지난해 선물과 ‘선물성 비용’으로 쓴 돈이 어림셈으로 5백만원 정도.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친척과 직장동료에게 사 준 선물이 60여만원 어치다. 설과 추석 땐 30여만원씩을 썼다. 푸네기의 생일에서부터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 선물을 해야 하는 날은 왜 그렇게 많은지. “선물비와 매달 20만∼30만원의 경조사비를 합하면 두 달치 월급과 맞먹는다”는 얘기다. 정성보다는 형식을 따지다보니 쓸모 없는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서울기독청년회의 조사에 따르면 선물의 31%가 창고에 쳐박혀 있었다. 여성용 향수는 75%가 뚜껑도 열리지 않았고 넥타이핀 만년필 남성용 향수 등도 절반 이상이 서랍속에 뒹굴고 있었다. 다행히 선물 거품빼기의 징조가 보인다. ‘선물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 L백화점 C부장(46)은 “올해 선물비와 경조사비를 합쳐 1백만원 정도 줄일 결심”이라고 말했다. 우선 연말에 여섯 동생의 가족과 선물 교환을 하던 것을 그만두었다. 한번에 3만∼5만원씩 내던 경조사비는 3만원 이하로 줄였다. 명절 선물비도 당연히 삭감됐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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