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부부갈등탐구]사랑의 이벤트를 마련하자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44분


얼마전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의사소통은 충분히 가능했던 그 나라말이 이번에는 간단한 문장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연습하지 않고 잊고 지낸 대가였다. 다행히 기억이 되살아 났지만 당혹스러웠다. 사람의 행동은 대부분 반복된 학습의 결과다. 그래서 매일 영어단어를 외우고 운동연습을 하면서 그 기능을 향상시키려 애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에서 능력향상을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물론 주고 받는 것이 확실한 관계에서는 받는 몫을 늘리기 위해 인위적으로라도 노력한다. 그러나 가장 가깝고 늘 일상을 함께 하는 사이라 그럴까, 일단 부부가 되면 관계를 좀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그날로 끝나고 마는 것을 자주 본다.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한번 사랑하면 노력없이도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환상이다. 그러나 감정도 생각도 영원한 것은 없다. 외국어를 잊지 않기 위해 매일 단어를 외우고 연습하는 것처럼 사랑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실천하는 한 남자를 알고 있다. 30대 후반인 그는 가끔 맞벌이하는 아내보다 일찍 퇴근해 집안에 촛불을 밝히고 아내가 좋아하는 꽃과 음악도 준비해 놓고 현관에서 기다렸다가 아내를 뜨거운 포옹으로 맞아 들이곤 한다. 유난스럽다고 비웃는 동료들에게 그는 “아내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배로 되어 내게 돌아온다”고 당당히 말한다. 진짜 사랑의 이벤트가 필요한 것은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라며.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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