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성기의 순한글식 표현, 거침없는 구어로 화제를 몰고왔던 김용옥(도올한의원장)의 SBS ‘명의특강’이 책으로 엮어졌다. ‘건강하세요Ⅰ’(통나무). ‘똥과 건강’‘성(性)과 건강’편을 도올서원 수강생들이 정리했다.
“밥은 문명의 산물이지만 똥은 자연의 산물이에요. 여행을 떠나거나 남의 집에 가서 잔다든가 하면 똥부터 안나오잖아요. 똥구멍처럼 민감한 사고체계가 없어요.”
이 책은 똥과 성을 말하는데 잔인하도록 정직하다. 때로는 포르노그라피보다 더 포르노적이다. 왜 하필 냄새나는 똥과 부끄러운 성일까. 그는 “나의 일상적 체험의 주체인 나의 몸이야기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은 본격적인 의학강의이면서 몸철학 강의다. 똥과 성을 통해 의학정보 뿐만 아니라 인간과 우주를 바라보는 동서양의 사유체계가 끌려나온다.
“남자라고 하는 것은 거대한 동굴을 더듬고 들어가는 지팡이 하나예요. 지팡이 지가 기쁨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
그는 진양조의 느린 장단에서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로 절정을 향해 치닫는 산조(散調)에서 성교의 원리를 이끌어낸다.
궁극적 주제는 쾌락에 대한 절제, 자유와 방종에 대한 자율과 건강한 구속. IMF시대가 요구하는 자기 모습 없이 살아온 우리자신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기도 하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