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중편소설 당선작 줄거리]「새만금 간척사업…」

  • 입력 1998년 1월 8일 20시 42분


1991년 11월29일 착공에 들어가 2004년 완공을 목표로 두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은 87년 노태우씨의 대통령 공약 사업이었다. 1억2천만평(여의도의 약 1백40배)의 새로운 땅이 생기는 세계 최대의 토목공사인 이 사업은 그 효과와 생태계 파괴라는 양자 사이에 놓여 있다. 효과보다는 생태계 파괴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것이 더욱 피부에 와닿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 소설에서는 하고 있다. 이 소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배무덤이 되어버린 신시도에 배를 가져다 주어야 하는 장씨는 새만금 지구에 속해 있는 군산시 까침바우라는 곳에서 조개잡이배를 부린다. 배 한 척에 대한 보상을 70%정도 받은 이 마을 주민들은 나머지 30%를 받기 위해 신시도라는 섬에 배들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 이 섬에서 배들은 폐선(廢船) 처리되거나 경매 처분된다. 하루 이틀 배 가져다 주는 것을 뭉긋거리던 장씨는 신시도에 가기 전 날 자신의 배, 해화호의 기계를 고장난 기계로 몰래 바꿔치기하려고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의 완공이 2004년이라면 아직 서너 해는 더 배질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에 남들 몰래 이른 어슴새벽부터 크레인을 불러 일을 한다. 기계가 없는 해화호는 동철의 신광호에 묶여 신시도를 향한다. 신시도를 향하면서 장씨는 처음 까침바우에 와서 살게 된 옛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노름빚에 도망 오듯 밟은 땅, 그곳에서 태몽을 보고 딸이 틀림없을 거라했던 막내아들 해화를 낳고, 그 해화를 향해 이제 다시는 허투루 살지않겠다는 다짐으로 처음 장만한 배의 이름을 해화호라 붙인 일, 마누라와 함께 바다에서 길을 잃고 들어간 개야도에서 전복도둑으로 몰린 일 등등, 그리고 지금 30년이 가깝게 지나 간척사업 때문에 신시도에 들어가는 일. 그러나 장씨는 앞으로 몇 해 정도는 더 배질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깬 동철과 장씨는 신시도에서 배들이 부숴지는 것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많은 배들이 경매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신시도는 박산이라는 전설과는 달리 배무덤으로 변해 있다. 장씨는 다시 배를 몰고 은하해수(銀河海水)에 가서 해화호의 닻을 내린다. 까닭을 모른 동철이 무르춤하는 사이 장씨는 동철에게 삼치낚시를 하자고 한다. 바다가 오염되고 참치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잡지 않던 삼치였지만 장씨는 낚시를 버림치로 놔 두고 있었다. 창나무에 겨우 낚시를 묶고 바다를 달렸지만 삼치는 한 시간이 지나도록 잡히지 않는다. 여객선을 타고 군산으로 가서 버스를 타려고 했기 때문에 시간은 촉박했다. 동철의 재촉에 배무덤으로 가는 것이 뭐가 그리 급하냐며 장씨는 지청구를 준다. 그때 삼치가 잡힌다. 둘은 열심히 낚싯줄을 잡아당긴다. 동철은 커다란 삼치를 보고 장씨의 말대로 아직은 배질을 더 하고 싶다는 바람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둘이 겨우겨우 둥개며 배 앞에까지 삼치를 잡아당겼을 때, 그러나 오래된 낚싯줄이 끊어진다. 뒤로 넘어진 장씨와 동철은 허허 웃고 있었지만 눈자위가 하분하분 젖어 있다. 장씨는 그것이 빗물 때문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신시도를 찾아가는 해화는 사진 작가다. 그는 전문대학 사진과를 졸업하고 줄곧 폐선을 찍었지만 생활을 위해 출판사의 사진 일을 맡는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유선영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지만 그네는 이미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다. 그네의 결혼 소식을 들은 해화는 고향인 군산에 와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배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신시도에 들어간다. 해화의 생각과는 달리 신시도는 아주 작은 섬이었다. 군산항에서 보았던 새만금 간척사업의 안내판에는 제법 크게 신시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집이 서른 채쯤 되는 신시도는 민박을 겨우 구할 정도다. 민박 집의 할머니는 바다에서 남편도 아들도 며느리도 모두 잃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신시도를 떠나지 못한다. 신시도를 떠난 다른 사람들처럼 할머니도 군산에 집 한 채를 장만하기는 했지만 군대 간 손자를 기다린다며 섬을 떠나지 않는다. 바다를 보면 구역질이 난다고 어서어서 떠나야지 노래를 부르면서도 태어나서 철들고 시집들고 아들 낳은 섬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섬에서 보름을 보내면서도 해화는 마을 뒷산 너머에 있는 소각장에 쉽사리 가지 못한다. 눈이 오는 날 가방을 들고 나서기는 했지만 먹이를 찾아 내려온 토끼를 쫓으며 사진을 찍을 뿐이다. 이리저리 엉킨 발자국에 길을 잃은 해화는 겨우겨우 마을로 내려오고 열병을 앓는다. 약국이 없는 마을이라 신시도 초등학교의 선생이 약을 가지고 와 해화를 간병하고 돌아간다. 며칠 뒤 다시 찾아온 선생이 바람을 쐬자며 해화를 끌고 바닷가로 나가 낚시를 한다. 아직은 싱싱한 고기가 잡히는 곳이지만 언젠가는 이 바다에서도 까침바우에서처럼 등 굽은 고기가 잡힐 거라고 해화는 생각한다. 섬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해화는 학기 중에 한 번 들러 전교생이 네 명뿐인 아이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선생에게 약속을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이 언제 이루어질지 해화는 아득하기만 하다. 결국 해화는 소각장에 가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배를 찍겠다는 생각도 그동안 찍어 왔던 사진들도 모두 버리고 다시 새로운 것들을 찍고 싶어진다. 가려고 하면 더욱 갈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까침바우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 싸움을 한다. 조개를 잡는 어촌계 사람들과 김양식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자신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 재판까지 들어갔다. 혜성의 아들인 한빈은 지금 오작교로 가는 길이다. 할아버지가 지난 봄에 어디서 배를 사 오고 작업을 하자 마을 사람들도 하나 둘 새로운 배를 사 와서는 배질을 한다. 보상을 받으면서 허가와 배를 모두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그것은 불법이다. 톰과 제리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인 김양식을 하는 사람들이 불법 어업을 한다고 신고를 했다. 조사가 나오자 마을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어촌계에서는 밤중에 김양식을 하는 사람들의 집으로 쫓아가 집과 차를 부수고 그들을 마을에서 몰아낸다. 경찰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로 들어오는 유일한 길인(멀리 돌아가면 사람은 다닐 수 있지만, 차는 올 수 없기 때문에) 오작교에 불을 놓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하며 비디오를 보고 있던 한빈은 삼촌(해화)이 천체망원경을 사준다는 약속을 하자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말하기 위해 오작교로 간다. 오작교에서 늦게까지 있던 한빈이 집에 돌아와 잠을 잘 때 삼촌이 왔다. 삼촌은 약속대로 천체망원경을 사왔고 둘은 마을 뒷산에서 싸움이 없는 별, 자미성을 본다.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슬기와의 사이가 멀어진 한빈은 자미성을 옮겨놓고 싶다고 한다. 삼촌은 이 땅 또한 참 좋은 땅이라고 말하지만 한빈은 이해할 수가 없다. 삼촌의 말처럼 서로 사랑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싸우고 미워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자미성을 보면서 한빈은 다음 날은 멀리 돌아가더라도 학교에 가서 슬기를 만나야겠다고 다짐한다. 김양식을 하지 못한 슬기네 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에 다음 날이 아니면 어른들을 대신해서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만 같다. 그러나 다음날 한빈은 학교에 가지 않는다. 소방차를 몰고 온 경찰이 마을 사람들을 잡아가고 있다. 참 좋은 땅이라고 말한 삼촌은 사진만 찍고 있을 뿐이었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소리를 지르며 경찰에게 달려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슬기에게 하려고 했던 말들을 모두 잃어버린 한빈은 어른들이 잡혀갔으니 어차피 다음 날에는 가기 싫어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린다. 조헌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